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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칭찬은 축구공도 춤추게 한다 /권순익

한국팀 선전의 힘, 소통과 신바람 그리고 '쌍용'세대의 즐기는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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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410g, 둘레는 70㎝인 축구공이 60억 인구, 둘레 4만 ㎞의 지구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독일이 어제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4대 0으로 격파했을 땐 기쁨을 못 이겨 먼저 포옹하려는 독일의 여성 총리 메르켈을 아르헨 대통령이 '점잖게' 거부하는 장면이 비쳤다. 평시라면 '숙녀 모독'으로 뺨을 몇 번 맞아도 쌀 일이다. 프랑스에선 귀국한 대표팀 감독과 축구협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불려갔다. 한술 더 떠 사르코지는 휴가가 끝나는 10월께 '축구를 어찌할 것인가'를 놓고 국민 대토론회인 에타 제네로(Etats generaux )를 열기로 했다. 프랑스대혁명 직전 소집된 승려 귀족 평민 대표가 참가하는 '삼부회'가 바로 에타 제네로다. 축구 참패 때문에 프랑스 전역이 '혁명 전야'의 으스스한 분위기로…. 나이지리아에선 축구팀의 해외 원정 발길을 묶었고 중국에선 "월드컵에 진출 못해 스트레스를 줬다"며 자국팀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축구 팬이 나타났다.

우리는 어땠나.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한국=사회주의자 또는 낭만주의자들의 천국'으로 여겼으리라. 도심을 덮은 붉은 티셔츠를 그들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축구의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는 것일까.

▲신바람의 힘, 그리고 소통= 칭찬은 고래뿐만 아니고 축구공도 춤추게 한다. 1990년 월드컵 때 갓 결혼한 아내는 시어머니 혼자 주무시는 방에서 새벽에 TV를 틀어놓고 한국팀을 응원하곤 했다. 이번에도 아르헨의 탈락으로 리오넬 메시의 현란한 플레이를 더 못 보게 됐다며 안절부절이다. 두 딸은 아빠 군대 이야기보다 엄마 축구 이야기를 더 자주 들었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반 대항전에서 "몸이 약하지만 공 가는 길을 안다"며 여학생 중 유일하게 뽑아준 뒤로 아내는 그렇게 됐다. 국가대표라고 다를까. 허정무 감독을 명장의 반열에 올린 건 대화와 소통, 그리고 격려다. '진돗개'란 별명으로 선수시절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역설적으로 이 별명을 벗어나면서 감독으로 제 궤도에 올랐다. '캡틴' 박지성을 통해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직접 선수들과의 전술 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수끼리도 모여 상대편 경기 DVD를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게 허정무호의 일상이 됐단다. 제 할 말 다하는 선수들의 신바람 속에 한국은 16강 관문을 넘었다. 대화와 소통, 아아, 요즘 정치 이야기는 아니고.
▲공은 둥글다, 인심도= 일본은 지금 언론과 축구 팬들의 '참회록' 쓰기 열풍이다. "꿈과 희망을 안겨준 대표팀 고맙다. 1승도 못 건질 거라며 비난한 걸 사과한다"는 투다. 한국에 0-2로 패하는 등 평가전에서의 부진 때문에 역적으로 몰렸던 오카다 감독은 영웅이 됐다. 아르헨티나의 부흥 선봉장으로 여겨졌던 마라도나는 이제 귀국을 걱정해야 될 처지다. 허정무 감독도 패전 때 네티즌의 악플에 마음고생을 했다니 더 말해 무엇하리. 실수를 해도 박수를 받는 건 결과가 좋았을 때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심이 조석변(朝夕變)'이란 건 승부사에게만 한한 일도 아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장렬함보다 유쾌함, 사명감보다 게임 본능. 2002년과 2010년 우리 대표팀의 차이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투혼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짠하게 한 게 8년 전 태극전사였다면 스스로 즐기고 그래서 보는 이도 기쁘게 한 게 올해 대표팀이다. 당장 광고업계가 '비장한 대결에서 유쾌한 축제로'의 트렌드를 꿰뚫고 광고전략을 펼쳤다고 한다. 비와 김연아가 등장한 건 그래서다. 근거 없는 자만심도, 턱 없이 주눅도 들지 않은 채 누구 앞에서든 제 기량을 펼쳐내는 이청용 기성용 세대의 등장이다. 한국인은 다음 세대의 성장 과정을 축구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대승한 팀은 탈락한다'는 경구가 맞아떨어진 포르투갈, '큰 물에서 자라 큰 고기가 된' 우리 젊은 선수들, 최고의 테크니션들을 데리고도 조직력에 무너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전진하지 않아 후퇴한' 잉글랜드는 축구가 바로 인생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예들이다. 한국팀이 1승을 올릴 때마다 거둔 경제효과가 2조5000억 원. 그러니 월드컵 중 '경제 살리기'를 위해 몸 바친 이 땅의 닭들에게도 조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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