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마음의 접경 /이명원

취업전쟁으로 삭막한 상아탑

따뜻한 시선과 마음이 그립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19 20:50:20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는 어디까지, 또 얼마만큼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나. '마음의 접경'이란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 접경의 안쪽으로 당신을 받아들일 것인지, 바깥으로 밀어낼 것인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은 어렵다. 정념이라는 것이 문학적 질료의 핵인 탓도 있지만, 사실 인간다움의 가장 힘 있고 조율 불가능한 것이 또한 그것이기도 해서 애초에 '감정교육'이란 것은 형용모순이라는 생각에 빠져들 때가 종종 있다.

스승의 날도 아닌데 한 학생에게 꽃을 받았다. 왜 나에게 꽃을 주느냐 물었더니 '스승의 날'이 이번 주라고 했다. 그 학생은 부끄러웠는지 강의의 중간 휴식 시간에 복도에서 꽃을 주었다. 부끄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여서 꽃을 들고 다시 강의실로 들어가는 일이 겸연쩍었다. 교탁 위에 갖다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은 고맙게 받았지만 대학의 전임교수였을 때나 상황이 바뀐 현재의 시간강사 처지에서도 스승이 없는 시대의 '교수'나 '강사'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나는 거북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예의 역시 여전히 소중한 것이어서 교실에서 나는 학생들과 가슴으로 만났으면 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슴으로 만난다는 일은 오랜 시간의 성숙과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며 더구나 한 사람의 내면이나 영혼에 대해 서로가 마음을 개방한다는 것은 기껏 16주에 불과한 3학점짜리 시간강의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게다가 학생들의 학업이나 삶에 대한 고민을 전혀 공유할 수 없는 강사의 처지에서 간혹 난데없이 제기되는 학생의 미래에 대한 선택에 조언을 한다는 것은 어렵고 때로는 주제넘은 일이라 생각될 때가 많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실 해당 학생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학업의 어려움, 더 나아가서는 개인적 슬픔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는 일차적으로는 해당 학생이 속해 있는 학과의 교수들이다. 그러나 다 알고 있는 대로 대학의 지도교수조차 학생들이 처해 있는 '삶의 난관'에 대한 조력자가 되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

그것은 근대 대학의 성립조건 자체가 가치중립성과 객관성을 문제 삼는 데 있고, 때문에 학생들 개개인의 내적 고민은 다 주관적인 것이어서 그 자신이 짊어져야 할 내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부생이었던 20여 년 전 대학선생들이나 학생들이 격의 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개방했던 한때가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과 같이 취업준비로 대학이 삭막해진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아마도 내가 대학의 선생이 되고 문학평론가가 되었던 것은 인문학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명백한 전례였던 그런 선생들의 영향이 다분했을 것이다. 가령 내가 대학시절 지도교수에게 단 한 번 사적 고백을 용기 있게 했을 때, 내가 존경했던 그 선생은 단 한마디 "타인과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더 넉넉해질 수 있다"고 역시 '사적으로' 말씀하셨다.

당시에도 큰 위로가 되었지만 개인적인 위기나 어려움에 처한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그 말을 자주 복기하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의 스승들은 마음의 접경 언저리에서, 마음을 연 것인지 아니면 밀어낸 것인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자연스러움으로 학생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열고 닫았던 것 같다. 나 역시 요즘의 방황하는 학생들처럼 아예 마음을 닫고 있거나 아니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고민을 드러내서 상황을 어색하게 만들지 않는 중용에 대해 배운 것은 아마 그때였겠지.

오늘의 학생들은 존경할 만한 선생이 없다 하고, 선생들은 열정으로 가르칠 학생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청출어람 청어람'은 고사성어에 불과한 것이어서 사제지간이라는 것이 매혹적인 커피광고만큼의 인공적인 향기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선생이나 학생이나 이 메마른 시대의 '스승의 날'이란 오래된 관례와 같은 것이어서 붉은 카네이션도 다음 날이 되면 지친 곡선으로 고개를 숙인다. 유독 오월에는 많은 날들이 화물열차처럼 늘어져 있다. '마음의 접경'의 안과 밖에서 기쁨과 슬픔이 많은 오월이다. 꽃을 준 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문학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수영·동래 청약 조정지역 유지
  2. 2미래차 격전지서 ‘국산 신병기’들 베일 벗다
  3. 3부산을 적정도시로 <9> 도시계획의 교과서 포틀랜드
  4. 4“50년 숙원 부산노인회관 건립…실버정책 총괄할 것”
  5. 5박유천, 마약한 적 없다더니…국과수 “다리 털서 양성 반응”
  6. 6U-20 월드컵 뛰러 왔는데…이강인 동료 부상에 짐 쌀 판
  7. 7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2294>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8. 8판 커진 공유 오피스 시장, 지역건설사도 사업 가세
  9. 9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8> 남해·삼천포 앵아리
  10. 10버스조합 - 노조, 주 52시간 시행 협의 평행선
  1. 1 바른미래당 이언주 탈당 심정 “이제는 마지막이 될지도..”
  2. 2이언주, 오후 3시 탈당 기자회견… 영도 출마 가능할까
  3. 3패스트트랙 두고 정치권 일제히 의원총회… 급박하게 돌아가는 여의도
  4. 4김홍일 전 의원 5·18 국립묘지 안장… 이희호 여사는 아들 사망 몰라
  5. 5패스트트랙 민주당 만장일치 추인, 추인 뜻은?
  6. 6오거돈 부산시장-‘투자 귀재’ 짐 로저스, 23일 경제 현안 단독 대담
  7. 7부산 중구, 대청큰마루터 기상전시관 운영협약 및 개관식 개최
  8. 8연구소·직업 활용…사무실 못 내는 원외들의 생존경쟁
  9. 9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슬로건 ‘새로운 노무현’…5월 서울·봉하서 추모행사
  10. 10한국당 “좌파 독재플랜 목숨 걸고 막아야”, 4당 “시대적 과제…탄핵연대 부활” 역공
  1. 1미래차 격전지서 ‘국산 신병기’들 베일 벗다
  2. 2 산재 예방 모범 기업
  3. 3르노삼성 트위지 ‘이동 커피숍’ 변신…“청년사장님 지원합니다”
  4. 4부산혁신센터, 민간창업카페 입주자 모집
  5. 5르노삼성 시뇨라 사장 “내수 회복·부산공장 정상화 투 트랙”
  6. 6시트로엥, 컴포트 SUV 뉴 C5 에어크로스 출시
  7. 7“산업재해 줄이려면 안전의식 개선해야”
  8. 8 태양산업 정기상 회장
  9. 9베트남 수출상담회서 ‘부산 화장품’ 80만 달러 계약
  10. 10판 커진 공유 오피스 시장, 지역건설사도 사업 가세
  1. 1필리핀 지진 불의 고리 흔들… 마닐라 시민 가슴도 철렁
  2. 2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 성폭행 시도 20대에 징역 10년 구형
  3. 3치매로 인한 식탐..냉면사리에 기도 막혀 사망
  4. 4윤지오와 김수민 작가 갈등 핵심은 윤지오 수익 사업 “거짓말 누가하나”
  5. 5“베트남산 다이어트차 바이앤티 먹지마세요” 2억원치 넘게 이미 팔려
  6. 6김수민 작가 박훈 변호사 선임 ‘이쯤 되면 이슈 전문?’
  7. 7필리핀 규모 6.3 지진 발생 ‘마닐라 흔들’
  8. 8광안대교 충돌 러시아선박 선장 음주·도주 혐의 모두 부인
  9. 9해운대 운봉산 화재 원인은 쓰레기 소각 실화
  10. 10“폐비닐 태우려다 축구장 28개 면적 태워…” 해운대 운봉산 화재 실화자 검거
  1. 1김원석 한화 방출 당시 대화 내용 보니… 감독·치어리더·팬 등 무차별 비난
  2. 2첼시 번리와 무승부… 프리미어리그(EPL) 4위 경쟁 누가 우위
  3. 3첼시 번리와 무승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가시권… 막판 순위싸움 점입가경
  4. 4U-20월드컵 이강인 돌발 변수……"소속팀 체리셰프 부상에 복귀 검토"
  5. 5LPGA '슈퍼루키' 이정은·KLPGA '루키군단' 누가 셀까
  6. 6U-20 월드컵 뛰러 왔는데…이강인 동료 부상에 짐 쌀 판
  7. 7K리그 내년부터 '동남아 쿼터' 신설…'베트남 더비' 가능할까
  8. 8오승환, 231일 만에 승리투수…추신수 멀티 안타 활약
  9. 9탁구세계선수권 헝가리서 개막…한국, 우승 향해 순항
  10. 10EPL 4개 팀, 물고 물리는 4위 고지전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센텀 2지구 /이갑준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아직 피는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신심범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나무 의사
군국의 망령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병과 갈레트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사설 [전체보기]
새 대표 선출 공동어시장, 공영화 후퇴하는 건가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추인, 한국당 마냥 반대 안 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암운 드리운 도보다리 회담 1주년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