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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반딧불도 불이냐고? /권태우

뜨겁진 않아도 효율 최고 발광체… 한때 찬란히 빛났던 우리 부모세대처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22 20:36:2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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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눈물 뚝뚝 흘리며 석별의 노래가 울려 퍼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요즘 졸업식이긴 하지만 헤어짐은 항상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새 얼굴들과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곁들이는 한잔 술의 회식자리가 잦아지면서 봄을 맞이하는 시절이 왔다. 고기를 굽고 있는 숯불은 잘 정제된 것인지,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유해유기물질 등을 발생시키는 폐자재로 만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도 고기의 냄새와 맛에 흠뻑 취해 하루를 살아간다. 그저 좋은 만남의 자리가 좋은 것이다.

원시인들은 처음에는 굶주림을 면하기 위하여 짐승의 날고기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화산, 번갯불로 만들어진 자연산 숯불구이에 매료되었을 게 분명하다. 그 후 불은 인간에게 추운 겨울을 밝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연히 태워진 광물로부터 금속을 발견하여 생활도구와 무기를 만들게 되고, 산업과 전쟁을 일으켜 자신들의 영역의 힘을 넓혀 나가게 되는 중요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다.

2003년 개봉된 '클래식'이라는 한국영화 속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보석같이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잡아 연인에게 바치는 서정적인 장면이 잔잔한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스파크가 튈 정도로 마주치는 눈빛이 강렬하다고 표현하듯이 반딧불이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빛은 사랑에 대한 생물학적 교감신호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흔히 불도 아닌 것이 불이라고 묘사되는 반딧불은 과연 불인가? 그렇다. 불이란 빛을 내어 어둠을 밝히는 물체로 정의되므로 황록색 계열의 500~600nm 파장대를 가지는 반딧불도 당연히 불인 것이다.

반딧불은 뜨겁지 않아서 정력에 비유되는 우스갯소리에서는 왕따를 당하지만 과학에서는 반디 불빛의 효율은 90~100%로 우수한 생물발광 빛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가정용 전구는 전기의 10% 만 빛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열로 발산해 손실이 막대하므로 화끈하게 뜨거운 것만이 삶에 꼭 보탬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반딧불이의 세포 안에는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화학성분이 있는데 산소를 만나면 흥분되어 들떠 있다가 다시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빛이 나오게 되는데 생물공학(BT)에서는 발광 루시페린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집어넣어 균을 검출하는 데 응용한다. 1985년 이전까지만 해도 플라스틱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 후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개발되어 이제는 차세대를 이끌어갈 최첨단 TV, PC, 휴대폰은 물론 신문지처럼 말아서 아무데서나 펼쳐서 볼 수 있는 전자종이의 디스플레이 등에까지 응용된다. 이때의 발광(luminescence) 형태도 반딧불의 발광메커니즘에 의하여 착안되어 이제는 유리창이나 벽면자체가 그대로 밝게 빛나는 조명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인 IEA는 석유수요에 대한 공급의 심각한 차질로 수년 내에 도래할 에너지 부족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보다 와트당 제작비가 저렴하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태양전지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원리를 응용하듯이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의 기술은 모두 주위의 자연으로부터 배워온 것으로 국가의 주요 전략 사업이 되었다.
못 먹고 못살던 보릿고개 시절이 불과 엊그제였는데 신세대들의 체력과 자신감은 이제 예체능 분야에서도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IT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과 같은 국력의 선진화 물결과 더불어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오래전부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싸우고 화해하면서 다져온 국가정책, 일찍 시작된 교육열,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좌절과 성공을 맛보면서 지금은 힘없는 반딧불로 격하되어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는 부모님 세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이어받아 힘차게 세계로 뻗어나는 우수한 젊은 한국인의 패기와 근성의 하모니가 지금의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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