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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닫힌 사회 /조경근

정치는 가치 경쟁…모순된 두 가치의 균형 잡힌 추구가 민주주의를 만든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6-21 20:44: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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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적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 적은 서로를 용납하지 않는 '닫힌' 속성이다. 닫힌 속성의 표출은 정치를 싸움으로 만든다.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경쟁인데 말이다.

한국사회의 '닫힌' 속성은 여러 군데서 여전하다. 그 중 특히 심한 곳이 정치다. 진보와 보수, 여와 야 그리고 같은 정당 내의 파벌 싸움에서 보듯이 상대방의 말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회의 중추 기능인 정치가 이렇다 보니, 국민들 가운데도 편을 확실히 갈라 적대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같이 막힌 관계를 뚫는 소통의 기능을 언론이 먼저 해야 한다. 그런데도 중요 매체들은 편 가르기에다 줄을 세우고, 싸움 자체를 흥미거리처럼 보도하고 있다. 학계도 무능력하다. 안보와 발전을 위해 진보와 보수를 융합하는 사상적, 정책적 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넬슨 만델라 류의 지사적인 국민지도자의 존재다. 그러나 우리 지도자들은 이 같은 시대적 갈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려왔다. 통합 능력이 부족한 지도자조차도 우리 곁에 없는 데다 닫힌 속성의 일부 국민이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악순환 관계를 보여 오고 있다.

하나의 사회 속에 진보와 보수가 공존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민주적 발전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상당한 힘을 가진 진보와 보수가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진보와 보수는 선거 승리를 위해 노력하되, 토론과 경쟁이 수단이어야 한다. 이것을 알면서도 한국정치가 독설과 적대, 폭력으로 점철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닫힌' 속성에 기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은 한국 사회의 '닫힌'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비리 공방에서 그의 서거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는 비난의 목소리만 요란했다. 그의 치적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서거 이후 현재까지는 노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목소리만 들린다. 그의 실책과 잘못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듣기 힘들다.

이처럼 서거 전후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양심과 개인적 신념에서 나오는 진실한 소리도 있지만, 떠들썩한 군중의 소리, 그들을 선동해서 자기 이익을 찾으려는 소인배 정치인들의 소리, 중심 없는 언론의 대중 영합적 소리가 그것이다. 다양한 견해의 공존이 아니라 한쪽으로 확 쏠린 소리가 여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횡행하며, 이를 이용하려는 패거리 정치인들이 설치며, 언론은 중심을 잡기보다 쏠린 여론을 거스르지 않으려 애쓰는 것, 이것이 고쳐야 할 우리의 '닫힌' 모습이다.

지금의 현실에서 잠시 발을 물려 차분히 생각해보자.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에 그의 치적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가. 서거 이후에는 그의 치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가. 언론은 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지 않는가.

사회적 닫힘은 나치 독일이나 과거 소련처럼 파쇼적, 독재적 이념이 다른 견해와 주장을 용납하지 않을 때도 발생하고, 지금의 우리처럼 다른 견해가 있다 해도 그것들이 각자 자기의 이념과 방법론만을 고집할 때도 발생한다.

사회와 역사의 현실에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기실 이 둘은 모순적 측면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 국가의 정책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현실 속의 국가는 발전하는 것이다.

국내 정책에서 우리 사회의 보수는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한편 진보는 평등의 가치를 중시한다. 대외 정책에서 보수는 동맹을 중시하는 한편 진보는 남북관계를 중시한다.
한국의 발전과 생존은 보수와 진보가 추구하는 이 모순되어 보이는 혹은 모순된 두 가치의 균형적 추구에 달려 있지 어느 하나의 일방적 추구에 달려 있지 않다. 이런 사실을 다수 국민이 깨닫고 존중할 때 우리는 닫힌 사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경성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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