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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움직이고, 사람 만나고, 머리 쓰기…단순하지만 확실한 치매 예방법

병명 아닌 증상 치매

  • 박윤진 부산의료원 신경과 과장(신경과 전문의)
  •  |   입력 : 2026-01-12 18:13:5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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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상 15~20년 전 뇌 변화 시작
- 인지기능 저하 조기 발견 중요
- 완치 어렵지만 진행 완화 가능
- 스트레스 줄일 여가활동 필요

“며칠 전에도 다녀온 길인데, 갑자기 방향이 헷갈리더라구요.” “밥을 먹은 게 오늘인지, 어제인지 모르겠어요.”
박윤진 부산의료원 신경과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이런 상황을 겪다 보면 누구나 ‘혹시 나도 치매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기억과 판단, 감정과 사고를 관장하는 뇌의 변화 역시 노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변화를 질병의 형태로 맞게 되는 순간,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이 바로 치매다.

엄밀히 말해 치매는 병명이 아니라 증상의 묶음이다.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 공간 인식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통칭한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그중 가장 흔한 형태가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찌꺼기가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점점 흐려진다. 병이 진행되면 언어와 사고력이 떨어지고, 결국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진다.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의하면 국내 치매 환자는 이미 97만 명을 넘어섰다. 오는 2050년에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는 우리 모두가 직면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치매가 노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10%는 6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다.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며, 유전적 요인의 비중이 크다. 부모 세대의 기억을 지운 질병이 자녀 세대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외에도 ‘혈관성 치매’가 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세포가 손상될 때 발생하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혈관 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예가 많고, 재활과 약물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을 할 수 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연구에 의하면 증상이 드러나기 15∼20년 전부터 이미 뇌 속에서는 변화가 시작된다. 초기에는 단순 건망증으로 보이지만 대화의 맥락을 잃거나 길을 잃는 일이 잦아지면 이미 인지기능 저하가 진행된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병의 진행을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은 완치하기 어렵지만 진행을 늦추는 치료는 가능하다. 대표적인 약물은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로,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억제해 기억력 저하를 완화한다. 최근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처방이 시작됐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머리를 쓰는 것. 이 세 가지가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운동은 뇌의 혈류를 개선하고, 대화와 사회적 교류는 인지 자극을 제공하며, 글쓰기·공부·악기 연주 같은 두뇌 활동은 뇌의 회복력을 키운다. 뇌도 근육처럼 쓰면 강해지고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은 기본.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일상 속에서 긴장을 완화할 취미나 여가활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조기 검진이 기억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무료로 인지기능검사(MMSE)를 시행하고 필요시 정밀검사와 치료 연계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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