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영역의 중증장애에는 뇌병변장애, 지체·정신장애, 뇌전증장애, 지적·자폐성장애 등이 포함된다. 그중 대다수는 의료진의 의도에 따라 움직임을 멈추고 오래 입을 벌려서 치료를 정상적으로 받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치과적 중증장애는 의사소통이나 거동이 힘든 경우로, 일반 치과에서는 치료자세가 나오지 않고 행동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치료 때 특별한 행동통제나 전신마취가 필요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과기구에 의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니, 의료진에게는 엄두를 못낼 만큼 어려운 분야다.

그나마 장애인 환자 1명에게 대여섯 명의 의료진이 팔다리를 잡고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비장애인보다 몇 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하루에 진료 가능한 환자가 몇 명 되지 않고, 진료비 수익으로 인력과 장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민간 치과에서 장애인 위주로 진료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공공의료에서 책임질 영역에 해당한다. 대학병원이나 의료원도 갈수록 진료과목별 매출이나 수익성을 따지게 되니, 장애인치과 진료는 소외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아픔과 불편을 해결하는 치료도 필요하지만 장애인 본인과 보호자에 대한 구강관리 교육, 장애인 구강보건정책 및 운영, 의료진 연수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의 기관이 부산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구강보건에 대해 아무런 체계도 없는 후진성을 벗어나 서울의 시립장애인치과병원처럼 독립적으로 운영해 장애인의 건강권·복지권을 보장하는 관점에서 해결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건립을 추진 중인 서부산의료원이나 침례병원 등의 공공병원에 장애인치과를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에서도 중증장애인에 대한 치과진료가 가능한 시설이 늘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의료진의 재능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하겠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치과치료기관이 서울과 경기도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부산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현재 부산에서 중증장애인이 치과진료를 상시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유일하다. 이곳에는 3명의 치과의사와 6명의 치과위생사가 있다. 부산의료원과 민간 봉사기관인 나눔과열림장애인치과의원에서도 매주 1~2일 치료 가능하지만, 부산의 전체 중증장애인 수에 비하면 치료시설·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중증장애인은 치과치료를 받기 위해 한두 달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흔히 일어난다.

서울에는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별도로 10명이 넘는 치과의사와 2명의 마취과의사를 포함한 50여 명의 여러 분야 직원들이 상근하는 독립된 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 있다. 여기에다 제2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 추가로 문을 열게 된다. 경기도에서도 두 번째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올해 문을 연다고 한다. 수도권의 이런 사례와 같이 부산에 장애인구강진료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부산시장의 약속이 하루 빨리 이행되기를 많은 중증장애인들은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