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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수정동 도심에서 자라는 닭가족. |
황보 씨가 닭을 키우게 된 사연은 이렇다. 2020년 어느 날 조그만 화단에 날아오는 참새들에게 좁쌀을 주다가, 병아리를 키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단다. 도시의 소음보다는 아침에 닭 울음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처음 키우게 된 4마리가 모두 암탉이었다. 암탉이 알을 낳고 난 뒤에 우는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에 새로 4마리를 사 와서 그동안 기르던 닭과 세대교체를 했다. 수탉 1마리와 암탉 3마리라 조만간 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근처에 수정초등학교와 경남여자고등학교가 있어 지나가는 학생도, 도시에서 보기 힘든 닭을 보고 신기해한다. 황보 씨는 근처 수정시장 채소가게에서 채소 잎을 가져와 잘게 썰어 닭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이웃들도 틈틈이 닭에게 주라며 쌀도 갖다주고 야채 잎도 가져다준단다. 황보 씨는 닭장이 길 옆이라 가로등 불빛에 닭들이 잠을 못 잘까 봐, 커튼도 쳐 주며 여러모로 정성을 쏟고 있다.
근처에 사는 초등학생 이규원(12) 군은 등하교 때마다 닭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비스킷이나 배춧잎 같은 것도 한 번씩 갖다주는데, 닭들이 쪼아 먹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고 한다. “어젯밤에는 비가 오더마는 니 괜찮나”하고 말을 붙이기도 하는 할머니를 비롯해 닭들은 어느새 동네의 명물(?)이 되었다.
이득순(80) 씨는 “종종 먹이를 가져다주는데 계란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자랑을 한다. 황보 씨는 “사무실과 연결된 창문을 열어 놓아도, 밖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길들여졌지만, 야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닭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황보 씨는 틈틈이 닭을 키운다고 많이 바빠지긴 했지만, 닭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활력이 생겨서 좋다고 한다. “집사람이 닭한테 신경 쓰는 것만큼 나한테 신경 좀 써보라”고 할 정도라며 웃는다. 어디엔가 정을 붙이는 소일거리를 찾는 일은 행복의 첫걸음이다. 단조로운 일상에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다.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서 자라고 있음을 본다.
※시민기자면은 부산시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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