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간·심장·폐 등 대상으로
- 개원 11년 224건 장기이식
- 전문의료진·간호사 등 총집합

- 올해 4월 왕 교수 수술팀 합류
- 체계적 운영으로 생존율 높여
- 지역 이식 중추기관 자리매김

“서울 대형병원을 가도 만나기 어려운 명의 선생님을 집 가까이에서 이렇게 쉽게 만난 게 엄청난 행운이었습니다.”

최근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고 퇴원한 강모(47) 씨는 감사편지를 통해 왕희정 교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잦은 음주로 알콜성 간경변의 급성 악화 및 간신증후군으로 지난 3월 입원한 강 씨는 처음에는 증상이 호전됐지만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간이식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국내 간이식·간담도 분야의 명의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왕희정(왼쪽) 교수가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강 씨는 즉시 해운대백병원 장기이식센터와 면담 후 뇌사간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운이 좋았던지 한 달여 뒤 때마침 타 대학병원의 뇌사기증자와 연결돼 지난 4월 말 간이식·간담도 권위자인 왕희정 교수팀으로부터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후 빠른 회복을 통해 한 달여 만에 퇴원했다. 강 씨는 가까이에 나를 돌봐줄 명의 선생님이 계신다는 게 너무 든든했다고 전했다.

해운대백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부산 울산 경남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지역의 중추 의료기관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간이식 명의 왕희정 교수를 초빙해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왕 교수는 서울백병원과 아주대병원에서 3500건 이상의 간 수술과 670여 건의 간 이식을 집도했다. 간 수술 사망률이 0.5%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특히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성인의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성공해 간이식 분야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이식, 환자에겐 최후 보루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가 환자 보호자와 장기기증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장기이식은 의식 없는 뇌사자나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최고의 중증환자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외과수술 중 어려운 분야로 분류된다. 특히 간 이식은 최고난도 분야로 손꼽힌다.

해운대백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신장·간·심장·폐 등의 장기이식을 위해 전문의료진으로 구성됐다. 내과 간담췌외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마취과 정신과 임상병리과 혈액은행 병리과 영상의학과 의료진과 전문간호사 그리고 이들을 총괄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필수다. 거의 모든 분야의 의술이 집약됐다.

센터장인 신장내과 김양욱 교수를 중심으로 간사(외과 김진수 교수), 이식담당 코디네이터(은지영 김지연 간호사)가 전반적인 업무를 조율한다. 센터 운영을 위해 장기이식위원회와 뇌사판정위원회도 구성돼 있다.

장기기증과 이식수술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뇌사관리팀, 각 장기별 이식팀도 꾸려져 있다. 진료지원부서와 행정부서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한국장기기증원(KODA) 한국인체조직기증원(KFTD) 등 외부단체와 협력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해운대백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10년 3월 개원 후 그해 7월 ‘장기이식의료기관’으로 지정받고 장기이식 대기자 등록과 관리 체계를 갖추며 이식수술을 시작했다. 2012년 1월에는 ‘뇌사판정대상자 관리전문기관’으로 지정받아 뇌사자를 안정적인 상태에서 뇌사판정과 기증까지 진행해 기증 성공률을 높여 나갔다.

해운대백병원이 지난 10년간 시행한 장기이식 건수는 224건(신장 116건·간 53건·각막 55건)이다. 해운대백병원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58건으로, 전국의 장기 이식대기자들 212명에게 기증했다.

■장기이식 생존율 점점 높아져

장기이식은 이식 수술 방법과 면역억제제의 진화로 생존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3년 생존율로 볼 때 신장이식은 96%, 간장이식은 90%에 달한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매년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늘고 있지만 이보다 더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식대기자 수를 따라가지 못해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 뇌사·생체이식 대기기간은 4.5년에 달한다. 해서,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 또한 늘고 있다.

뇌사 기증자는 2010년 268명에서 2019년 450명, 생체 기증자는 2010년 1782명에서 2019년 3852명으로 증가했지만 신장이식 대기자는 2010년 9622명에서 현재 2만5465명으로 2.5배가량 증가한 탓이다.

장기기증 희망자 등록은 2010년 71만 명에서 2019년 150여만 명으로 증가했으나 여러 요인으로 인해 실제 기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해운대백병원에서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과 협력하여 원내 잠재기증자의 발굴을 위한 전산통보시스템, 기증활성화 위원회 회의, 의료진 및 일반인 대상 홍보활동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해운대백병원의 장기기증 활성화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2020년 5월에는 장기이식센터장 김양욱 교수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으로부터 ‘생명나눔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양욱 장기이식센터장은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혈액형 불일치 장기이식 등 새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과 약제들의 병용기법, 그리고 이종 간 장기이식 등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로 부울경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