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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칼럼] 청사포의 세 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3 19:06:0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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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낭만이’라고 해요. 저는 길고양이예요. 나이는 3살이고 해운대 청사포에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 길고양이 평균 수명이 2년 정도라고 하니 벌써 3살인 저는 운이 좋은 편이네요. 제가 태어난 할머니 댁은 너무 행복한 곳이었어요. 할머니는 매일 저녁 생선 반찬을 꺼내주시고, 아저씨는 출퇴근길마다 저를 반갑게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셨거든요. 아저씨는 가끔 다른 사나운 고양이가 집에 들어오면 제가 쫓아주기도 하셨어요. 그럴 땐 아저씨가 너무 든든해요!

그렇게 친절하신 할머니, 아저씨와 엄마(고양이)의 보살핌을 받고 크다 보니 어느새 독립해야 할 나이가 되었어요. 아직 태어난 지 몇 개월밖에 안돼 집 밖을 나가는 게 무서웠지만 이게 고양이의 법이니 따라야 했답니다. 마침 제가 독립할 때쯤 마을에 ‘고양이발자국’이란 곳이 생겼어요. 뭔가 저에게 잘해줄 것 같았죠. 저는 그렇게 할머니댁에서 고양이발자국으로, 또 그 옆에 금오횟집과 달맞이 숲으로 조금씩 탐험을 시작했답니다.

저는 운이 좋은 고양이인지 찾아가 곳마다 예뻐해 주는 분을 많이 만났어요. 손님이 남긴 맛있는 생선회를 챙겨주기도 하셨고, 추운 겨울엔 안전한 잠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셨어요. 가끔 청사포를 찾아오신 분들이 미소 지으시며 꺼내주는 간식은 건 정말 꿀맛이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낯선 검은색 상자가 놓였어요. 그 안엔 맛있는 간식이 들어있어 맛있게 먹었는데 갑자기 그대로 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저는 중성화 수술이란 걸 받았어요. 사람들은 ‘TNR’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번식을 방지하고 울음소리를 줄여 저를 싫어하는 사람과의 마찰을 줄여준다고 해요. 아직 여자친구도 제대로 못 만나봐 조금 억울했지만, 사람과 고양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수술을 마치고 청사포에 돌아와 그 전엔 영역을 두고 싸우던 다른 고양이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사람들도 ‘어머, 쟤는 중성화된 고양이네’라며 알아봐 줘 뭔가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어요.

참! 얼마 전부터 제 고향 청사포에 고양이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제 친구들을 챙겨주는 집이나 카페, 식당에 깨끗한 길고양이급식소가 놓이고 저와 제 친구를 닮은 캐릭터 표지판도 생겼어요. 저희에게 안정적인 밥자리를 만들어줘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걸 방지하고 돌봐주시는 캣맘분들과 유대관계가 생겨 중성화 수술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해요. 고양이마을 프로젝트는 꼭 저희 길고양이만을 위한 게 아니라 자연을 보호하고 아껴나가는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깨끗한 밥자리가 생겨 너무 행복하고 기뻐요. 물론 가끔은 저를 싫어하는 분들이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쌩쌩 달리는 자동차가 무섭기도 하지만 저를 아껴주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하니 저도 더욱 열심히 살아보려고요.

저는 깊은 밤이 되면 마을에 곳곳에 높게 쌓여있는 비료포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파도 소리와 함께 달빛 비치는 바다를 바라보면 어릴 때 따듯한 엄마 품속도 생각나고 행복해져요. 사람들도 바다를 보러 부산에 많이 온다고 하던데 저와 비슷한 이유인가요?

저는 이제 3살인 청사포 길냥이예요. 제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사람 손에 달렸다고 해요. 앞으로 사람이 싫어하는 쥐도 더 많이 잡고 청사포를 방문하시는 분께 귀여움도 더 많이 선물해 드릴게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고양이의 삶을 배려해 주세요.


PS. 실제 청사포에 사는 길고양이 낭만이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칼럼이다. 낭만이는 2살이 되던 해 해운대구청의 중성화 수술을 받고 더는 번식을 하지 않는다. 길고양이는 하루 평균 3마리의 쥐를 잡으며 바퀴벌레 등 해충도 많이 잡는 동물이다. 중성화된 고양이는 귀 끝을 약간 잘라 표시를 한다.

유용우 고양이발자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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