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들면서 더 심해지면
- 전립선 비대증·과민성 방광 돼
- 남자도 변기에 앉아서
- 몸에 힘 빼고 볼일 봐야
- 중년부터는 저녁식사 이후
- 과일·군것질·물 삼가는 등
- 습관 바꿔야 노화 늦출 수 있어
A(67) 씨는 요즘 소변보는 일이 괴롭다. 오줌이 찔끔찔끔 나오는 데다 다 보고 나서도 뭔가 시원하지 않고 잔뇨감이 느껴진다. 병원을 찾았더니 전립선 비대증이 의심된다며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딱히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김태효 교수는 “A 씨처럼 1차적 질환이 명확하지 않고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는 사례가 많은데 ‘방광의 노화’ 탓일 가능성이 크다”며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서 방광 기능도 퇴화하는데 노화한 방광은 되돌릴 수 없다. 다만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방광 노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광도 늙는다
방광은 소변이 직접 맞닿은 점막과 점막을 둘러싼 근육층, 그 둘 사이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점막과 방광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혈관과 신경이 연결돼 있고, 이를 통해 방광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된다. 방광에 소변이 150㏄ 이상 차면 점막에 있는 수용체가 이를 인지해 신경계통을 통해 뇌로 신호를 전달하고, 뇌에서 다시 내려온 신호는 방광의 점막과 근육을 수축시킨다. 남자는 전립선요도가 확장하며, 여자는 요도가 열리면서 소변이 밖으로 배출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배뇨 과정이다.
방광 근육이 수축하면서 근육과 방광 사이의 많은 혈관이 일시적인 허혈 상태가 되고, 이완되면서 다시 관류가 일어나는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방광의 점막 조직은 자연적으로 손상된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손상은 심화돼 다양한 배뇨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배뇨근 약화가 동반되면 방광 내 소변을 완전히 배출하지 못한다. 남성은 전립선 비대증, 여성은 과민성 방광 같은 배뇨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자도 앉아서 소변봐야 노화 지연
이처럼 정상적 수축과 이완 과정에서도 조금씩 손상이 생기므로, 노화로 인한 기능 약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좋지 않은 생활습관만 바꿔도 방광이 노화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조언이다.
방광 노화에 가장 안 좋은 습관이 오줌을 눌 때 아랫배에 힘을 주는 것이다. ‘오줌발이 세야 정력이 좋다’는 속설 탓에 특히 남성은 힘을 줘서 소변을 보는데,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배뇨 습관이다. 서서 소변을 보는 행위 자체가 아랫배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남자도 변기에 앉는 것이 좋다. 선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지만, 앉은 상태에서는 그렇지 않아 힘에 의한 방광의 수축과 이완을 피해 조금이라도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변기에 앉아 몸에 힘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오줌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기다린 뒤 누도록 한다. 힘을 줘서 내보내는 것이 아닌, 앉아서 힘을 뺀 상태에서 흐르도록 배뇨를 하면 방광의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을 진단받아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 이런 습관을 곁들이면 증상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만약 좌변기가 없다면 서서라도 최대한 힘을 빼고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물 마시는 습관부터 교정해야
물 마시는 습관이 잘못돼 있다면 교정해야 한다. 보통 일반 성인은 하루에 1.5ℓ 정도 물을 마시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식사 때까지 몰아서 먹지 말고 나누어 마시는 게 좋다. 특히 중년부터는 저녁식사 이후 과일이나 군것질, 물 마시는 것을 금지하도록 한다. 수면하는 동안 체내 수분을 재분배하는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되는데, 나이가 들면 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수면 전에 음식물이나 물을 섭취하게 되면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깨고, 다음 날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방광 노화를 막고, 건강한 배뇨를 하려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야간 수분섭취를 금지, 앉아서 소변을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배뇨 습관만 살짝 바꿔도 방광 노화를 최대한 늦춰 건강한 삶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도움말=김태효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로봇수술센터장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