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0년 전부터 시행됐지만 시민에게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이란 용어가 있다. 표준진료지침의 교과서적 정의는 ‘질환별 임상진료 지침을 기초로 하여 개별 병원에서 적정 진료를 행할 수 있도록 질환 및 수술별 진료의 순서와 치료 시점, 진료 행위 등을 미리 정해 둔 표준화된 진료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병원 의사 환자에 따라 달라지는 진료 과정을 표준화하자는 뜻이다.
표준진료지침은 현재 보건당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정책이다. 병원에서 표준진료지침을 몇 개나 사용하는지, 적용률과 완료율은 얼마인지를 측정해 이를 병원평가에 적용하거나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방법으로 표준진료지침 사용을 유도한다. 부산의료원은 10개의 질환에 대해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하는 ‘신포괄수가제 표준진료지침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2016년 ‘복강경담낭절제술’을 시작으로 2017년 ‘부비동내시경수술’, 지난해는 ‘대장용종절제술’이 선정돼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중 부비동내시경수술 사례를 통해 표준진료지침 사용의 득과 실을 얘기하고자 한다. 표준진료지침 사용의 가장 큰 장점은 의료진이 표준화 규격화 정형화된 진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같은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병원마다, 또한 병원 진료과별 의료진에 따라서 달라지는 입원 기간, 사용 약물, 환자 교육 등에 대해 ‘매뉴얼화’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부산의료원 이비인후과에서 부비동내시경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진료지침 적용 1년 전 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별로 입원기간은 4일에서 9일까지 다양했으며, 항생제 사용기간, 진료비 등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반대로 부비동내시경수술에 표준진료지침을 적용하니 4일에서 9일까지 들쑥날쑥이던 입원기간은 적용 환자 전원 4일로 단축됐으며, 이에 따라 항생제 사용일도 2일로 줄었고 약제 사용도 줄었다. 환자는 정해진 일정대로 진료과정을 거치니 본인 질환과 수술에 대한 이해도와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간호인력 역시 의사에 따라 상이했던 진료과정이 표준화돼 의료진과의 협동이 원활해졌다. 비용 측면에도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적용 전 총입원비용이 190만 원이었던 것이, 입원기간이 단축되면서 145만 원 정도로 줄었다. 병원은 환자 재원일수의 감소로 병상회전율이 상승, 수익이 증대됐다. 결국은 전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표준진료지침 사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환자 상태에 따른 다양한 접근이 어렵고, 의사의 처방권이나 진료권이 제약을 받는다. 재원기간 때문에 환자와 갈등도 생긴다. 표준진료지침에서는 입원기간이 4일로 정해져 있는데 개인 사정에 따라서 ‘빨리 퇴원하고 싶다’ 또는 ‘좀 더 오래 입원하고 싶다’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의료 질을 높이고 적정 진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표준진료지침의 사용은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박성수 부산의료원 이비인후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