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신호 눈으로 확인하며
- 전자의수 적응훈련 큰 도움

- 부산대병원·피지오랩 공동개발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지난해 말 왼쪽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김모(45) 씨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최초로 ‘아이림 퀀텀(i-limb quantum)’이라는 최첨단 전자의수를 적용해 다음 달 다니던 직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김 씨가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는 등 왼팔 기능을 사고 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한 데는 부산대병원과 ㈜피지오랩이 공동 개발한 ‘근전도신호측정기’를 이용한 바이오피드백 훈련의 도움이 컸다.

	부산대병원 메디컬ICT융합센터에서 재활의학과 신명준(왼쪽) 교수가 사고로 왼팔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근전도신호측정기를 활용해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시키고 있다.

아이림 퀀텀은 미국 오서사(영국 터치바이오닉스사 인수)가 개발한 제품으로, 36가지 움직임에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동작 조절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검지만으로 타이핑을 하거나 버튼을 누를 수도 있고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열쇠나 접시를 떨어뜨리지 않고 옮길 수 있으며 달걀, 스티로폼을 잡을 때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가격은 7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첨단 전자의수가 제 기능을 하려면 근육의 신호가 잡혀야 하지만 사고나 수술, 마비 이후에는 약해져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해진 근육 신호를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씨의 주치의인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신명준 교수는 26일 “우리 몸의 근육은 심장 근육처럼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생각에 의해서, 즉 의도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근육이 움직이려면 뇌에서 신호가 발생하고 그 신호가 중추신경계를 따라 말초신경계까지 이동한 뒤 근육에 전달돼야 한다. 근육에 신호가 전달되면 근섬유에 전기적 변화가 생겨 근육의 활동전위가 발생하게 돼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다.

	이 환자가 적응 훈련을 받은 뒤 왼팔에 최첨단 전자의수를 부착하고 운전하는 모습.

이런 근육 내 전기적 활동을 탐색하고 증폭해 기록하는 것이 근전도. 대부분 병원에서는 근육에 직접 침을 삽입해 측정하는 침 근전도를 근육병이나 말초신경병을 진단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이와 달리 표면 근전도는 근육의 신호를 피부 표면에서 받아 분석하는 것으로, 병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피부에 부착해 간단하게 근육 신호의 크기, 형태를 분석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근육이 마비된 환자의 근력 강화운동이나 근육이 절단된 환자의 전자의수 적응훈련을 하는 데도 쓸 수 있다.

표면 근전도는 바이오피드백 재활훈련의 핵심 기술. 신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근전도신호측정기는 근육의 신호를 미세하게 측정할 수 있어서 환자가 이를 눈으로 직접 보면서 훈련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메디컬 ICT 융합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임상의과학자 연구역량강화사업’(부산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수행)의 지원을 받아 근육재활훈련용 근전도신호측정기를 상용화하기 위해 리빙랩을 운영하며 전자의수 훈련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김 씨 외에도 오른쪽 팔이 부러지면서 요골신경 마비가 온 곽모(29) 씨가 2년간 손목과 손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 했지만 근전도신호측정기를 이용한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받고 손목은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개선 효과를 봤다.

부산대병원 김형회 의생명연구원장은 “임상 의사에게 종전 진료 이외의 융합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할 수 있도록 연구역량을 높여주는 사업을 통해 의료진에게 새로운 기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공학자나 기업에는 의료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고, 환자에게는 회복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융합 의료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