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이동권 수요 늘면서 - 매년 교육생·합격자 증가세 - “3전4기 끝에 대부분 합격… - 면허 취득 노력·열기 남달라”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는 약 3157만 명(전체 인구의 61%)이지만 등록장애인 251만여 명 중 운전면허 소지자는 14만6636명(5.4%)에 불과하다. 각종 제약으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운전면허를 따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 장애인을 위한 운전 교육 장비와 시설 등이 사실상 없지만 부산의 사정은 다르다. 200명이 넘는 장애인에게 운전면허증을 안겨준 사단법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의 ‘장애인 운전 재활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운전면허 교육센터에서 한 수강생이 시뮬레이터로 운전 교육을 받고 있다. 전민철 기자
■독립적 이동권 확보와 생계유지
부산 동구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6번 출구 커피타운 빌딩의 7층에 있는 이 센터는 운전면허를 따려는 장애인들로 북적인다. 실제 환경과 흡사한 입체 운전 시뮬레이터 6대 가운데 2종 보통 시뮬레이터 4대는 매일 풀가동된다. 대당 3000만 원에 달하는 시뮬레이터는 부산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의 기능시험과 도로주행 시험 코스를 따라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나머지 2대는 1종 대형과 1종 보통 시뮬레이터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시설이다.
또 센터에는 장애 유형에 따라 각종 운전 보조기구도 갖춰져 있다.
27일 센터에서 만난 50대 여성 장애인은 다음 달 초 네 번째 운전면허 시험을 본다고 했다. 이 여성은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다시는 운전이라는 단어도 안 떠올리려고 했는데, 배운 게 아까워서 반드시 운전면허증을 쥐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규배 센터 전담 운전강사는 “이 분처럼 3번 이상 낙방하고 시험에 합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렇다고 우리 수강생들의 운전 실력이 미숙하다는 게 아니라 시험장에서 긴장을 많이 해서 실수가 나온 것일 뿐 면허를 취득하려는 그들의 교육열은 남다르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장애인에게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찾아주겠다는 취지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산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을 비롯해 담당 지자체인 동구, 동주대 산학협력단과 업무협약도 해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동주대는 장애인의 인지능력 적성검사를 돕고 있다. 나아가 센터는 최근 VR(가상현실) 체험관을 만들어 센터 교육생들에게 제동과 출발, 경사로 주행 등 실제 주행 감각까지 알려주고 있다.
■최첨단 교육장에서 274명 합격
협의회는 2013년 6월부터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1~6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7~8주 운전면허 무료 교육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교육생 18명, 2014년 51명, 2015년 41명이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했다. 2016년에는 합격자가 91명이나 나왔고, 지난해에도 64명이 운전면허증을 획득했다. 지난달 말까지 1000명에게 운전면허 무료 교육서비스를 해 274명이 면허를 취득했다.
센터가 배출한 운전면허시험 합격자 가운데 39명이 현재 자가운전을 하는 것으로 센터는 파악하고 있다. 센터 벽면에는 최근 운전면허를 딴 수강생들의 이름을 명찰 형태로 붙여놨다. 특히 최근 70대 장애인이 4전5기 끝에 운전면허를 취득해 교육생들의 분위기도 한껏 고무됐다. 그는 “운전면허를 따보라고 권유했던 아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74살에 드디어 면허증을 손에 쥐게 됐다”며 “센터 교육장에 출석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친절하고 세심한 교육을 받아 합격하게 돼 센터 강사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강충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장은 “장애의 정도와 연령에 따라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하는 과정이 현저히 차이가 났는데, 70대 합격자가 배출되면서 센터에 ‘나도 할 수 있다’는 기운이 확산했다”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운전면허를 따려는 장애인들을 위해 앞으로도 운전면허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영역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