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생명의 숲을 거닐다 <1> 기장군 아홉산 대나무숲

바람에 서걱이는 댓잎엔 남평문씨 9대째 이어온 혼 깃들어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1-01 19:48:2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숲. 수풀의 준말로 빛과 그늘, 온 생명이 함께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그대로 둬서 깊어진 곳과 다듬어서 빛이 나는 곳들까지, 정말 좋은 숲은 많다. 누구나 머릿속에서 숲을 향해 달려가거나 숲속에서 노닐던 자신을 상상할 때가 있다. 위로와 치유를 위한 상징적 이미지가 숲이다. 치유와 명상, 생명이 함께하는 우리 주변의 숲을 찾아간다.

- 개잎갈나무·맹종죽 지나 만난
- 하늘 높이 치솟은 빽빽한 나무
- 선선한 공기와 은은한 죽향
- 코 입 허파까지 상쾌함 차올라

- 문중 종택 관미헌 위용 뽐내고
- 영남서 드문 금강송 군락도

부산의 청정지역인 기장군 철마면. 그곳에는 4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아홉산 숲’이 있다. 철마면에서 정관읍으로 향하는 옛 도로변(웅천리 480번지)에 야트막하게 위치한 아홉산 자락 아래,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명숲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숲의 상징인 굿터(제1맹종죽 숲)의 위용을 사진 한 장으로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벤치 의자. 명숲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김성효 기자
■아홉산 숲의 상징, 전국 최고 대숲

아홉산 숲의 탐방로 가운데 굿터와 평지대밭은 맹종죽 숲이 그야말로 수를 놓은 제일의 명소. 먼저 굿터(제1 맹종죽 숲)는 약 1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을 처음 심은 곳으로 전해지는데, 오랜 세월 마을의 굿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가 탄생했다.

   
탐방로의 시작 지점인 매표안내소 옆 관미헌. 문중의 종택이다.
이곳 맹종죽 숲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최고 포인트는 바로 벤치 의자다. 하늘을 찌르는 대숲 사이로 퍼지는 햇살에, 귓전을 간지럽히는 대숲의 바람 소리까지 ‘힐링’(치유)이라는 단어가 생성된 근원이 바로 여기인 듯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두 손으로 움켜쥐기 벅찰 정도의 굵은 대나무가 끝없이 이어졌다. 대나무의 종류가 죽순의 굵기를 결정한다. 대죽순의 굵기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고 다만 위로 성장할 뿐이다. 연둣빛부터 시퍼런 초록빛까지 제각각의 색을 띤 대나무 앞에서 한겨울 칼바람은 온데간데없고,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오묘한 바람 소리를 불러모은 대숲이 주는 경외감에 압도돼 온몸이 마비되는 듯했다. 지난해 봄부터 자란 것도 있다는데, 불과 일 년도 안 돼 하늘을 찌를 만큼 솟아났다고 하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굿터에서 탐방로의 가장 절정인 평지대밭의 맹종죽 숲으로 가는 길도 압권이다.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양쪽으로 늘어선 채 탐방객을 반긴다. 이 숲 전체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시원함의 정의는 온도가 아닌 상쾌함이었다. 그리고 나타난 평지대밭.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코와 입, 그리고 허파까지 모든 게 자동문처럼 열린다. 형언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 대나무향이 온몸에 배도록 날갯짓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진 한 장으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인 전국 최대 규모의 이 맹종죽 숲은 1960~1970년대 동래지역을 돌며 식당 잔반을 얻어 이를 비료 삼아 만들었다.

■희귀 구갑죽·영남유일 금강송 군락

   
거북이 등 껍데기 형상을 한 구갑죽. 한때 국내에서 구갑죽을 볼 수 있는 곳은 이 숲이 유일했다.
아홉산 숲 탐방로는 매표안내소 옆 구갑죽 마당과 관미헌에서 시작한다. 구갑죽(龜甲竹)은 거북이 등 껍데기 같은 색상에 울퉁불퉁한 모양이다. 맹종죽이 길고 날씬하게 뻗은 몸매를 자랑한다면 구갑죽은 신기함이 무기였다. 맹종숲에서 목이 꺾일 만큼 하늘을 봐야 했다면, 이곳에서는 무릎을 굽혀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래야 구갑죽의 상징인 줄기가 사진에 담기기 때문. 한때 국내에서 구갑죽을 볼 수 있는 곳은 아홉산 숲뿐이었다고 한다.

그 뒤에는 문중의 종택으로 ‘고사리처럼 귀하게 본다’는 뜻을 가진 관미헌(觀薇軒)이 위용을 뽐냈다. 60여 년 전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뒷산의 나무로만 지은 한옥이라고 한다.

굿터(제1 맹종죽 숲)와 인접해 있는 금강소나무 숲도 아홉산 숲의 자랑이다. 수령이 400년이라고 하는 소나무가 보존된 영남 일원의 드문 군락이다. 이곳 소나무를 비롯해 아홉산 숲에는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6. 6[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9. 9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