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환 체육회 실장 ‘무정FC’ 축구팀
- 자녀 친구 등 모아 매주 일요일 훈련
- 참여 가족과 정기 회식·야유회 가져
- 故 정용환 감독 생전에 축구클리닉
- 팬들 후원회 결성 유망주에 장학금도
# 정착까진 갈길 멀어
- 재능기부자·동호회 모임 현황 파악
- 지역 소규모 스포츠 활성화 견인을
스포츠 복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 기관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뤄지기 어렵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들이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스포츠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스포츠 복지는 깊숙하게 뿌리내릴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모임에서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을 이끌 체육 지도자의 존재다. 지자체나 스포츠 단체에서 자격을 갖춘 강사를 지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더 효율적인 것은 스포츠 재능 기부다. 선수 출신 또는 스포츠 관련 자격증을 가진 지도자들이 동참하는 것이다. 소규모 모임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막대한 기여를 해 복지의 모범 사례로 정착할 수 있다.
| |  |
| 스포츠 복지 확산을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스포츠 지도자들의 재능 기부가 필요하다. 사진은 고 정용환(오른쪽) 전 부산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재능 기부로 무정 FC의 어린 회원들에게 축구 강습을 하던 모습. 성기환 씨 제공 |
■‘무정 FC’의 실험… 스포츠 복지의 지향점
2012년 부산시체육회 성기환(51) 경영지원실장은 ‘아빠와 함께 하는 축구교실 무정 FC’를 창단했다. 성 실장은 체조 국가대표 출신으로 체육학 박사다. 부산시체육회에서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으며 축구를 워낙 좋아해 ‘축구 생활체육지도자 3급’ 자격증을 땄다. 성 실장은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데리고 해운대구 반여동 집 근처 무정초등학교에 갔다가 아이들이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아빠와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곧바로 자녀들의 친구 가족 등을 모아 4가족으로 무정 FC를 만들었다.
운동은 매주 일요일 오전 8~10시 무정초등학교에서 실시했다. 훈련 프로그램은 준비운동과 기초 체력훈련, 축구 기본 기술 강습, 게임으로 이뤄졌다.
감독을 맡은 성 실장은 돈이나 후원금을 받지 않았다. 대신 유니폼과 축구화, 축구공은 참여한 가족들이 각자 마련했다. 회식이나 야유회도 각 가족이 공평하게 책임을 나눴고 자녀들이 참여한 성 실장도 똑같이 돈을 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들이 운동에 재미를 붙였고 아빠들도 매주 일요일 오전을 기다릴 정도로 푹 빠졌다. 여자 아이들도 남자 아이들과 똑같이 공을 찼고 엄마들까지 가세했다. 무정 FC의 활동을 본 다른 가족들이 참여하면서 한때 11가족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가족 전체가 참여하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커졌다. 또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른들이 어울리면서 주민들끼리의 사이도 돈독해졌다. 작은 마을공동체가 형성되는 수준이었다. 4년 동안 지속된 무정 FC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학원에 다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스포츠 재능 기부가 꽃을 피운 사례가 있다. 2016년 세상을 떠난 정용환 전 부산축구협회 기술이사의 활동이다. 부산이 낳은 축구 스타였던 정 전 이사는 열혈 축구팬인 중식당 사장들을 위해 축구 클리닉을 열었다. 사장들이 정 전 이사를 워낙 좋아해 2004년 정용환 후원회를 결성했다. 후원회는 꿈나무 장학회까지 만들어 축구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고 정 전 이사가 훌쩍 떠난 뒤에는 그의 이름을 딴 유소년 축구대회를 창설했다. 축구 스타의 진심어린 재능 기부가 사회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실험에서 현실까지… 쉽지 않은 과정
부산시교육청은 몇 년 전 스포츠 재능 기부 사업을 추진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체육 교사가 재능 기부자로 등록하면 인력풀 형태로 이용하려고 했다. 당시 1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재능 기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능 기부를 하려는 체육 교사와 수혜자와의 매치가 쉽게 이뤄지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달 퇴직한 체육 교사를 중심으로 다시 재능 기부를 타진했다.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대다수는 부정적이었다.
재능 기부 활성화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스포츠 복지를 전파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시교육청 이기봉 장학관은 “현재 지역 초·중·고에 580개의 토요 스포츠 클럽이 활동 중이고 여기에 전문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며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토요 스포츠 클럽과 관련 없이 지역 사회와 동호인 모임의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능 기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정 FC를 이끌었던 성 실장은 부산에서 재능 기부가 활성화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재능 기부의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재능 기부는 대부분 소규모로 이뤄지고 행정 기관이나 스포츠 단체에 신고나 보고할 의무가 없어 실제 얼마나 이뤄지는지 파악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산시나 부산시체육회, 부산시교육청 등이 스포츠 재능 기부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 실장은 “재능 기부와 소규모 스포츠 모임 현황을 파악한 뒤 같은 종목끼리 즐기는 대회나 축제를 개최하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여기에 스포츠용품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