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는 어느새 외국인들이 제일 먼저 한국을 떠올리는 단어가 되었다.
부산은 정서상 다른 도시보다 빨리빨리의 속도에 가속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싶은 날이 많다.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에 약국을 열고 있으면 거리가 먼 동네에서부터 아픈 분들이 찾아올 때가 제법 있다. 때로는 병원 처방전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때로는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사려고 온다. 한 분씩 순서대로 들어온다면 밀리지 않고 한 분씩 맞이하면 되는데 신호등이 바뀔 때가 되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약국으로 들어선다.
처방전 조제가 필요하건 아픈 증상에 관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건 혹은 간단한 밴드류를 구입하건 간에 이분들을 공평하게 응대하려면 들어온 순서대로 차례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환승을 이유로, 때로는 불법주차를 감시하는 CCTV를 이유로, 또는 아는 약이라는 이유로 먼저 해결해 달라고 한사람이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약국 전체가 웅성웅성해진다. 근무하는 약사 두 명이 동시에 응대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럴 때는 정말 이렇게 외치고 싶어진다. ‘약은 독이라는데 적당히 드릴까요, 제대로 드릴까요?’.
손님 한 분이 ‘정○환’이라는 지사제를 사러 온 적이 있다.
손님 : 정○환 하나 주세요. 얼마고?
약사 : 어머니, 정○환은 한 번에 3알만 먹어야 하는데 알고 계시지요? 많이 먹는다고 더 빨리 낫는 게 아니에요.
손님 : 나는 빨리 나으려고 한 번에 5알도 먹었는데 그러면 안 되나?
약사 : 어머니 최근에 정○환에 들어있는 약 일부가 몸에 좋지 않다는 기사도 났는데요. 많이 먹으면 안 되지요.
손님 : 진짜가? 지난번 사갈 때는 그런 말 안 하더니만 그 약사 못 쓰겠데이.
약사: 어머니가 오실 때마다 설사한다고 약 달라고 안 하시고 정○환만 달라고 하셨으니 설명할 시간이 없었지요. 앞으로는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설명하세요.
손님 : 나는 그러면 정○환 안 할란다. 지금은 뭐 먹으면 되노?
약사 : 어머니 제가 드리는 약 잘 챙겨 드시고요. 약만 믿지 말고 음식도 조심하셔야 설사가 멎어요. 음식 조심 안 하면 설사가 멎었다가 또 시작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복용해와서 귀에 익은 이름이지만 내가 안다고 마음대로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약이 있다. 따라서 내가 늘 먹는 그 물약을 내가 바빠 죽겠는데 꼭 약사를 기다려서 사야 하느냐, 평생 그 물약과 다른 알약 같이 먹었는데 아무 일 없고 약발이 잘 들었으니 잔소리 말고 얼른 계산이나 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면 약사는 정말 난감하다.
처방전 조제를 재촉하면 더욱 문제가 된다. 처방전에 있는 조제 의약품은 일반의약품보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환승해야 하는데 도대체 뭐하고 약을 빨리 안 지어 주느냐, 약 설명 따위는 필요 없고 검은 봉지나 내놓으라고 하신다. 천금보다 더 귀한 내 몸인데 적당히 빨리 지은 약이 나을까, 제대로 정확히 지은 약이 좋을까?
오거리약국 약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