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자극할 만큼 강렬한 경험에도 일종의 '숙취'와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메디컬 익스프레스에 다르면 뉴욕대 신경과학센터 릴라 다바치 박사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영국 과학 전문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사진=픽사베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경험 가운데 당사자의 감정을 자극할 만큼 인상적인 경험은 기억에 잘 남으며, 반면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비감정적 경험'은 뇌리에 잘 남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다바치 박사는 감정적 경험 직후에 겪는 것이라면 비록 비감정적 경험이라고 해도 똑같이 기억에 선명하게 잘 남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바치 박사에 따르면 이는 자극적인 경험에 영향을 받은 뇌가 그 후에 겪을 일에도 잘 대응하도록 대비를 갖추는 신경 반응과 관련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감정의 숙취'(emotional hangover), 즉 감정의 잔존효과라고 규정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엔 먼저 감정을 자극하는 일련의 영상을 보여주고 10~20분 후 감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상적인 영상들을 보여줬다.

반면 다른 그룹은 두 종류의 영상을 이와 반대의 순서로 보여주었다.

영상을 본 지 6시간이 지난 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본 영상 가운데 '비감정적 영상'에 대한 기억력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감정을 자극하는 영상들을 먼저 본 그룹이 나중에 본 그룹보다 비감정적 영상들을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뇌의 움직임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는데, 감정 자극 영상을 본 후 뇌의 움직임이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기억에 잘 남는 장면을 본 후에는 그 여파로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기억도 잘 기억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