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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제자 병원서 제2의 진료…"사제간 자극받아 윈윈"

정년퇴임 은사 모신 두 병원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6-12-19 18:59:33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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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네빛안과 박효순-윤일한 원장

- 거액 시설비 들여 망막센터 구축
- 망막분야 스승 모셔 환자 늘어
- "진료 연령층 다양해져 시너지"

# 부산항운병원 황성환-최영길 원장

- 간문부 담도암 수술 권위자 영입
- 의료영역 확대·논문까지 지도
- "사심없이 모셨지만 긍정적 변화"

개인병원 원장이 대학병원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스승을 자신의 병원에 모셔 시너지 효과를 거두며 부산지역 의료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누네빛안과 박효순(51) 원장이 인제대 부산백병원 안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윤일한(66) 원장을 지난해 9월 영입한 데 이어 부산항운병원 황성환(55) 병원장이 인제대 부산백병원 외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최영길(65) 병원장을 지난 9월 모셨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인제대에서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었다. 인제대 백병원 교수로 함께 근무했던 윤 원장과 최 병원장은 경남고 동기로 친한 사이다.

대학교수의 정년은 만 65세로, 정년퇴임하고 나서 병원을 개업해 치열한 생존경쟁에 뛰어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병원 입장에서도 정년퇴직한 원로교수를 채용하기가 처우 등의 문제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일정 기간 경력을 쌓은 뒤 정년퇴임하기 전에 일찌감치 개업하는 추세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병원 교수들이 정년을 채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학병원 정년퇴직 후 제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는 실험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승과 제자가 만나 상승작용

   
누네빛안과 박효순(오른쪽) 원장과 스승 윤일한 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민철 기자
스승의 부임으로 이들 병·의원의 진료 영역이 확대됐다.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누네빛안과는 윤 원장 영입에 맞춰 거액의 시설비를 들여 망막센터를 구축했다. 종전 라식, 라섹, 노안, 백내장 위주에서 망막 분야로 진료 범위가 넓어졌다. 박 원장은 "윤 교수님을 모시기 전에는 환자층이 라식, 라섹을 하는 젊은 층 위주였는데 망막 진료를 추가하면서 20,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해졌다. 불황에도 환자가 늘어난 것은 윤 교수님의 망막 환자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산항운병원은 최 병원장의 부임으로 대장항문 전문병원에서 간 담도 췌장까지 다루는 병원으로 외연을 확대했다. 부산항운병원은 부산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연평균 5500건의 수술 중 90%가 항문치질 수술이다.

환자들도 대학병원에 가지 않고도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 반기고 있다. 황 병원장은 "'신의 손'으로 흉내낼 수 없는 간문부 담도암 수술 권위자인 최 교수님을 모셨다.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찾으면 대장항문은 물론 간 담도 췌장 질환도 대학병원급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병원장은 1992년 부산 경남지역 최초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한 이래 5300여 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 병원장은 또 간 절제수술 1100여 건, 췌장 십이지장 절제수술 500여 건을 했다. 윤 원장은 한국망막학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망막학발전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망막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사부님 영향으로 공부하는 병원

   
부산항운병원 황성환(왼쪽) 병원장과 스승 최영길 병원장이 기록을 보고 있다. 서정빈 기자
애초 이들 원장은 사심 없이 제자 된 도리에서 정년퇴임한 스승을 모셨다. 훌륭한 스승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병원이 대학병원처럼 연구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황 병원장은 "최 교수님이 일본 규슈대학 의학부에서 간 담도 췌장 질환을 유학한 뒤 부산 경남지역에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처음 시행하는 등 교수님의 프런티어 정신은 내가 외과의사의 길을 걷는 데 동기를 부여해줬다. 여전히 흉내 낼 수 없는 수술 실력과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자극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병원장은 짬짬이 이 병원 의사들의 논문을 지도해주고 있다.

박 원장은 "일찍 출근해서 최신 트렌드를 공부하고 진료 볼 때는 휴대전화를 멀리 하는 등 루틴(기본)이 몸에 밴 교수님을 보고 많이 배운다"며 "윤 교수님을 모신 뒤 '100년 가는 병원을 만들겠다' 병원 설립 모토를 다시금 고민하게 됐다. 망막 진료로 할아버지·할머니, 아버지·어머니, 자녀 등 3대가 함께 찾는 병원이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 모델되나…의료계 관심 집중

대학병원 정년퇴임 스승의 제자 병원 근무 모델이 종전 병원의 진료 영역을 확대하고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뿌리 내릴 수 있을지 지역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 원장은 "의료계나 대학병원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제자 병원에 잘 다니고 있는지 묻는다. 1년 3개월가량 일해 보니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괜찮은 모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병원장도 "대학병원급 시설을 갖춘 제자 병원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어 고맙다. 환자들에게 최상의 수술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스승을 모신 이들 원장도 나름 유명 인사여서 관심이 더 쏠린다. 황 병원장은 지난달 대한외과학회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박 원장은 서면메디컬스트리트 회장을 맡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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