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학 클리닉·질병센터서
- 떠나기 전 확인해 발병 줄여야

여성 직장인 김성희(39) 씨는 휴가철이나 연휴 때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유명 휴양지 위주로 떠났지만 지금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오지 현지인들이 사는 곳에 대한 정보검색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때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이용객이 역대 최대인 70여만 명이었다.

지난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틈만 나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 설에도 예외는 아니다. 방문지역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 풍토병이나 조심해야 할 질환에 대해서 아는지는 미지수다.

부산의료원 감염내과 여행의학 클리닉 정미경 과장의 도움으로 여행객이 방문하는 지역의 풍토병과 그 예방법을 알아본다.

■뭐꼬? '여행의학 클리닉'이

	부산의료원 여행의학클리닉을 찾은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정미경 감염내과 과장.

'여행의학 클리닉'이란 해외여행이나 출장 중 발생할 수 있는 설사, 뎅기열, 말라리아 등 여러 풍토병에 대한 사전 예방과 정보제공 및 환자 발생 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곳이다.

우선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대한민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중동의 대표적 풍토병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아직까지 메르스의 예방요법이나 예방접종은 없기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주의사항을 꼭 준수해야 한다.

낙타가 메르스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숙주이므로 중동에서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고 낙타우유와 같은 낙타 부산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는 현지 병원 방문도 자제해야 한다.

현재 한국 질병관리본부센터는 중동지역 방문 전에 독감예방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독감과 메르스의 증상이 유사해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중국 여행객은 조류독감을 조심해야 한다. 여전히 사람에게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중국 방문 땐 가금류 농장 방문을 자제하고 생가금류 시장에선 동물과 접촉하지 않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조류독감 역시 예방접종이나 치료약이 없는 실정이다.

요즘 콜롬비아 브라질 등 중남미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 또한 여행객들이 유의해야 하는 질환이다. 임신 초기 지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모기에 물리면 소두증이 발병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 성인들은 발열과 근육통을 동반한 열성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역시 예방접종이나 치료약이 없어 해당 발생지역 방문을 자제하거나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이 질환은 모기에 물려 발병하므로 인체를 통한 전염은 되지 않는다.

이라크와 콩코, 탄자니아와 같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콜레라가 산발적으로 집단 발생하고 있어 이 지역을 방문할 여행객은 콜레라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여행 시 물은 꼭 사 먹고 길거리 음식보다는 호텔이나 깨끗한 식당에서 먹도록 주의해야 한다.

콜레라와 비슷한 장티푸스는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음식과 물에 든 장티푸스균으로 인해 발병한다. 이럴 경우에는 발열, 근육통, 설사가 발생할 수 있고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므로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할 경우 병원에서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미리 받아야 한다.

■예방약도 지역별로 선별 복용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의할 질환은 뎅기열과 말리리아 질환. 둘 다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지만 말라리아는 예방약이 있어 약복용만 하면 질환을 대부분 막을 수 있다. 수년 전 모 국악원 무용단원 2명이 아프리카 순회공연 중 말라리아에 감염돼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했으나 처방된 약이 그 지역 말라리아에 내성이 있는 약제라서 예방효과가 없었다. 당시 무용단원들은 기본적인 말라리아 예방약인 클로로퀸 내성지역인 나이지리아를 경유했으나 의사가 말라리아 예방약으로 클로로퀸을 처방해 처방의사가 거액을 배상했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클로로퀸, 매플로퀸, 말라론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클로로퀸이나 매플로퀸에 내성이 있어 방문국에 따라서 말라리아 예방약을 선별해서 복용해야 한다.

반면 뎅기열은 아직 예방약이나 예방접종이 없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기피제를 사용하고, 가급적 긴팔옷과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다행인 점은 최근 뎅기열 예방접종이 개발돼 임상시험 중이기 때문에 조만간 시중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아프리카나 동남아, 중남미 국가는 방문 지역의 풍토병에 따라 예방약과 예방접종이 모두 다르다. 일반인이 이것을 다 알 수 없으므로 해외여행 계획이 있을 경우 '해외여행 클리닉'을 방문하는 것이 도움된다. 방문국, 경유지, 방문 일자, 해외 방문 시 활동 등을 정확히 설명해 이를 바탕으로 의사로부터 필요한 예방요법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지카 바이러스]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도움말= 정미경 부산의료원 감염내과 여행의학 클리닉 과장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