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 강직성 척추염 남성 환자가 눈에 띄게 굽어진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다. 진단받은 지 2년여 된 이 청년은 3개월 정도 치료를 하다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 민간요법을 전전하다 결국 병세가 악화돼 병원을 찾은 것이다.

청년의 허리를 굽게 한 이 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점차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자가면역질환. 이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척추질환과 다르게 20, 30대 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흔히 나타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정 유전인자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 증상으로 등뼈와 골반 뼈가 만나는 곳의 통증으로, 점차 허리나 엉덩이 쪽으로 번지게 된다.

아침에 통증이 심해지고, 활동을 시작하면 나아지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단순 피로로 인한 일시적 통증으로 여겨 조기 진단을 놓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척추는 한 번 변형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해서,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관절의 면역계 이상으로 생기는 류머티즘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치료법은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통증과 염증을 줄일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사용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스테로이드를 관절에 직접 주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척추에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질환의 치료 목표는 면역을 조절하여 관절의 파괴 및 강직을 막아 척추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특징을 가진 생물학적 제제가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류마티스내과에서 처방되던 생물학적 제제가 최근에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이 주로 처음 방문하게 되는 정형외과에서 처방되고 있어 한결 수월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이 질환은 전문의와의 적극적인 상담이 중요하다. 우수한 치료제가 꾸준히 연구, 개발돼 나와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만성질환과 같은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전문의의 처방과 조언을 따르는 질환 관리습관이 이 질환을 이기는 지름길이다.

이정섭 부산대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