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제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후 생활을 살펴보면 사회보험방식의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통하여 소득보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보험을 통한 노후보장제도를 실현하기 위하여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고민의 핵심은 재원조달을 위한 방법일 것이다. 정부의 일반적인 예산에 의존하는 사회복지의 경우 예산상 한계는 당연한 것이며 이는 곧 세금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조세제도의 개혁없이는 불가능하며 감세와 복지 확대는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다. 즉,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증세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자고 하면서 증세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의 기초노령 연금의 세금 부담률을 보자. 독일의 경우 평균 납입기간이 36년이고, 보험료는 19.9%이다. 네덜란드는 17.9%, 스웨덴은 18.5%의 보험료를 납부한다. 전체 세금부담률이 40%에 가까운 고세율을 납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면서 아무런 불만이 없었을까? 아니다. 당연히 이들도 자신들이 노력해 번 돈을 세금으로 많이 내는 것에 대하여 불평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보험 혜택을 충분히 누리는 경험을 하면서 국가와 국민 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사회적 합의란 바로 사회적 신뢰의 형성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보험과 관련, 나중에 개인에게 돌아오는 보험 혜택에 대해 위기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즉 사회적 신뢰의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가장 큰 차이는 사회적 신뢰의 형성 정도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신뢰는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하여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들을 살펴보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신뢰가 이루어진 복지 선진국들은 공공부문의 투명도가 높기 때문에 국민들은 내가 낸 세금이 다른 곳에 쓰여지지 않는다는 확신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시작한 기초연금제도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발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탁상공론에 불과한 복지제도 구축, 복지에 대한 논의만 가지고는 복지국가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의 형성이 아닐까 한다.
이혜정 구평종합사회복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