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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의 진료실 일기 <13> 우·병·직·소

우리 병원 직원을 소개합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22 19:33: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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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 식구 한 사람을 소개한다. 35세 남자, 이른바 '돌싱'(돌아온 싱글)이고 우리 병원에는 간호조무사로 입사했다. 병원 내 '유명 인사'다. 직원들에게 물었다. 이 친구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뭐냐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택배=우리 병원 택배 중 4분의 3은 이 친구 것이다. 무엇이든 택배로 받고, 보낸다. 전화하는 걸 옆에서 들으면 택배 기사나 전화 상담원과의 대화가 많다. 그렇게 예의 바를 수 없다. 아니, 아예 그런 대화를 즐긴다. 무조건 받아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즉시 배송한다. 물론 배송비 무료 사이트를 이용한다. 병원 물품도 이 친구가 주문하는데 재고를 줄이겠다는 개념은 없다. 한 번은 개당 50만 원 하는 소모품 50개를 주문했다. 한 달에 1~2개만 쓰는데…. 관리 담당 부서장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반품하면 됩니다"라며 천연덕스럽다. 요즘은 부서장 눈을 피해 다른 층에서 택배 물품을 받는다고 한다.

▷운전기사=병원에서 조무사로 근무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다. 그래서 그냥 월급 더 줄 테니 구급차도 몰고 내 차도 운전해 달라고 했다.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기 일쑤다. 좁은 길(그는 지름길이라고 한다)로 다니는 게 그의 운전 특기다. 대리운전으로 숙련된 그의 운전 솜씨…. 이 친구 덕택에 요즘 술자리가 있어도 그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다. 무서워서….

▷휴대전화=그는 기본적으로 휴대전화 두 개를 들고 다닌다. 하나는 통화용, 하나는 인터넷 검색용…. 그런데 둘 다 공짜로 쓰고 있다. '비법'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하나도 알아듣질 못한다. 우리 병원 직원들에게도 맞춤 요금제를 '처방'한다. 한마디로 '휴대전화 명의'다. 휴대전화를 1년 이상 쓰면 이 친구한테는 원시인 취급을 받는다. 아마 가을쯤 내 휴대전화가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리공=병원에서 무엇인가 고장 나면 모두 이 친구를 찾는다. 못 고치는 게 없다. 그러나 잘 고치는 것 역시 없다. 한번은 화장실 문이 '쾅' 하고 자주 닫히는 통에 고쳐달라고 했더니 문 전체를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알았다"고 말한 뒤 그냥 지나쳤는데, 우리 병원 환자 중 한 분(부산대병원 시설과 직원)이 드라이버로 간단하게 너트를 조이더니 문제를 해결했다. 병원 식구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창고=정리의 달인이다. 창고에 가 보면 물품이 반듯하게 각을 맞춰 보관돼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못 찾는다. 어떤 기준으로 정리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물어보면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자기 외 다른 사람이 손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번은 간호사실을 이 친구가 정리했다. 업무가 마비됐다.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아주재활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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