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에서 '친절 교육'이란 단어는 낯설지 않다. 많은 병원이 강사를 초빙하거나 외부 용역까지 주면서 직원 교육에 열을 올린다. 우리 병원에서도 원내 강사가 이런 교육을 하지만, '아, 우리도 한다'라는 스스로 위안 외에는 직원들에게 그다지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자신 있게 '친절한' 또는 '인사를 잘하는' 병원이라고 내세울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나 다른 병원에 잠시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영진이나 간부진은 이런 내용을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직원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왜 이럴까. 기본적으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일에 시달린다. 경영상 환자 수가 많아야 하는 현실에서 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이런 친절 교육을 통한 서비스는 '감정 노동'에 내몰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병원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무겁다. 아픈 사람이 오는 곳이고, 병이 나아지니 좋다는 개념보다는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더 큰 탓에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렵다.
개인적인 비전의 고갈도 원인일 것이다. 이따금 가는 병원 앞 고깃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늘 큰소리로 인사하고 저녁 손님을 많이 받는 업소여서 많이 취했거나 짓궂은 손님, 그리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있을 법한데 항상 싱글벙글한다. 한 번은 조용히 물어봤다. 그는 일하는 게 아니라 공부한다고 했다. 미래에 자기도 이런 고깃집을 할 생각을 하면 늘 즐겁다는 것이다. 맞다. 꿈이 있는 것이다. 우리 병원 가족들에게도 무언가 꿈을 가지고 미래 지향적으로 일할 수 있으면 그들도 이런 감정 노동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선친은 이비인후과 의사였다. 하루 200~300명의 환자를 보면서 30년 동안 진료만 하신 분이었다. 친절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환자에게 큰 소리로 야단치기 일쑤였고, 질문하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에는 환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환자가 몰려드는 거 보면 환자는 의사에게 친절도 중요하지만, 치료라는 것에 더 기대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친절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 대상이다.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사가 맡고 있다. 의사의 역할이 절대적이기에 환자도 의사의 태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전에서 큰 병원을 경영하는 분은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오면 의사가 모두 일어서서 맞도록 한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신선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는 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는 늘 생각한다. '의사만 잘하면 된다' '의사만 친절하면 된다' '의사도 친절해야 된다' '의사라도 친절해야 한다'…. 우리 병원은 어느 쪽일까.
아주재활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