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곽현의 진료실 일기 <11> 또 다른 부담, 감정 노동

격무 시달리는 직원들 '친절 교육' 떨떠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24 19:37:09
  •  |   본지 2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병원에서 '친절 교육'이란 단어는 낯설지 않다. 많은 병원이 강사를 초빙하거나 외부 용역까지 주면서 직원 교육에 열을 올린다. 우리 병원에서도 원내 강사가 이런 교육을 하지만, '아, 우리도 한다'라는 스스로 위안 외에는 직원들에게 그다지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자신 있게 '친절한' 또는 '인사를 잘하는' 병원이라고 내세울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나 다른 병원에 잠시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영진이나 간부진은 이런 내용을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직원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왜 이럴까. 기본적으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일에 시달린다. 경영상 환자 수가 많아야 하는 현실에서 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이런 친절 교육을 통한 서비스는 '감정 노동'에 내몰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병원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무겁다. 아픈 사람이 오는 곳이고, 병이 나아지니 좋다는 개념보다는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더 큰 탓에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렵다.

개인적인 비전의 고갈도 원인일 것이다. 이따금 가는 병원 앞 고깃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늘 큰소리로 인사하고 저녁 손님을 많이 받는 업소여서 많이 취했거나 짓궂은 손님, 그리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있을 법한데 항상 싱글벙글한다. 한 번은 조용히 물어봤다. 그는 일하는 게 아니라 공부한다고 했다. 미래에 자기도 이런 고깃집을 할 생각을 하면 늘 즐겁다는 것이다. 맞다. 꿈이 있는 것이다. 우리 병원 가족들에게도 무언가 꿈을 가지고 미래 지향적으로 일할 수 있으면 그들도 이런 감정 노동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선친은 이비인후과 의사였다. 하루 200~300명의 환자를 보면서 30년 동안 진료만 하신 분이었다. 친절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환자에게 큰 소리로 야단치기 일쑤였고, 질문하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에는 환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환자가 몰려드는 거 보면 환자는 의사에게 친절도 중요하지만, 치료라는 것에 더 기대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친절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 대상이다.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사가 맡고 있다. 의사의 역할이 절대적이기에 환자도 의사의 태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전에서 큰 병원을 경영하는 분은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오면 의사가 모두 일어서서 맞도록 한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신선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는 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는 늘 생각한다. '의사만 잘하면 된다' '의사만 친절하면 된다' '의사도 친절해야 된다' '의사라도 친절해야 한다'…. 우리 병원은 어느 쪽일까.

아주재활병원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3. 3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4. 4[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7. 7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10. 10[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7. 7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8. 8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9. 9[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10. 10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