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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의 진료실 일기 <4> 환자들의 '이사' 전쟁

장기입원 환영 못 받는 이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4-15 19:19:3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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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같은 건물에 입주한 보험회사 아주머니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아침 바쁜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병원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병원은 가장 위층인 13, 14, 15층에 있다. 그런데 이날 원성은 평소보다 더했다. 한 병실에 입원하던 세 환자가 한꺼번에 퇴원하는데, 짐을 옮기려고 엘리베이터 문을 아예 붙잡고 있었던 탓이다.

재활병원 입원 환자의 짐은 엄청나다. 생필품은 물론 장기간 입원하는 까닭에 물건이 계속 늘어난다. 식사, 샤워, 화장실, 대소변 등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환자의 짐은 더 많다. 짐을 옮기는 과정도 무척 어수선하다. 휠체어에 실어 옮기거나, 병원에서 쓰던 이동형 침대를 활용하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대형마트의 카트까지 동원한다. 이러니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고 있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이사(?)하는 환자나 보호자의 원성도 만만찮다. "정 들려니 쫓아낸다. 병원 옮기는 것도 너무 힘들다. 어떻게 좀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느냐"고 따진다. 병원에서 환자를 쫓아내다니? 언뜻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크건, 작건 병원마다 퇴원 문제로 환자, 보호자와 전쟁을 치른다. 대부분 환자는 입원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병이 다 나을 때까지 있으려 한다. 하지만 이럴 때 병원은 장기 입원 환자로 넘쳐나고, 이는 많은 병원비 지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병원을 감독하는 건강보험공단이나 심사평가원은 장기간 입원하는 환자와 관련해 병원이 청구하는 병원비를 삭감하는 식으로 병원에 퇴원 유도 압력을 가한다. 병원도 가능한 환자를 빨리 퇴원시켜 입원 일수 (재원 일수)를 줄이려 한다. 또 병원 역시 수익률을 이유로 장기 입원 환자를 원치 않는다. 결국 계속 입원하려는 환자와 빨리 퇴원시키려는 병원 사이에 실랑이가 오가는 예가 많다.

그나마 재활병원은 관례로 인정하는 입원 일수가 상대적으로 길다. 하지만 보통 3개월 정도 지나면 환자를 퇴원시키게 되는데, 3개월 만에 회복하는 재활 환자는 거의 없다. 중풍, 뇌출혈 등으로 반신 또는 전신이 마비된 환자가 무슨 수로 3개월 만에 회복한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환자는 하는 수 없이 쫓겨난다. 그리고 다른 병원으로 간다. 대부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부산 시내 병원들을 돌아다니게 된다.

앞서 언급한 환자들은 '요령'이 있다. 단체로 움직인다. 간병사도 함께 간다. 환자가 한꺼번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 병실을 함께 쓰기도 한다. 퇴원할 즈음 미리 다른 병원에 병실을 잡아 놓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찰을 빚는다. "왜 쫓아내느냐"고 따지는데,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솔직하고도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주재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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