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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의 진료실 일기 <2> 레슬링 선수의 양배추귀

훈장같은 영광의 상처라지만 빨래집게 자주 쓰면 '독'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4-01 19:42:18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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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이 올림픽 정식 종목 퇴출 위기에 놓였다. 우리나라의 '효자 종목' 레슬링은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레슬링은 1만5000년 전 프랑스 동굴 벽화에 그 원형이 나올 정도로 인류의 원초적인 힘을 겨루는 행위다. 고대 올림픽 5종 경기 중 한 종목이었고, 근대 올림픽 1회 대회부터 꾸준히 정식종목이 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여자 자유형이 추가될 정도로 올림픽 '붙박이'였던 레슬링은 왜 퇴출 위기에 몰렸을까.

무엇보다 '재미없다'는 오랜 비판과 관련이 있다. 올림픽 상업화 후 레슬링은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경기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그레코로만형의 파테르 형태도 여러 차례 바꾸는 등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역동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추세와는 멀어져갔다.

레슬링은 부상이 많은 대표적인 스포츠이다. 코피가 나는 것은 다반사로, 코뼈가 부러지는 예도 많다. 더 흔한 것은 머리를 맞댈 때 빚어지는 마찰 탓으로 귀에 생기는 부상이다. 귀 피부 아래에 피가 고이는 것으로, '꽃양배추'처럼 귀가 울퉁불퉁해진다. 귀 연골 주변에 혈종이 생긴 것이다. 통증이 심하며 감염도 잘 되고, 귓구멍을 막아 청력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선수들이 정말 힘들어 하는 것은 경기나 훈련 후 피가 고여 귀가 퉁퉁 붓는 경우다. 그대로 두면 피가 귓구멍 쪽 또는 더 아래쪽으로 흘러내려 고이게 돼 모양이 흉측해지고 통증을 유발한다. 이를 예방하려고 선수들이 개발한 게 있다. 빨래집게로 출혈 부위를 꼭 집어 지혈하고, 심지어 집게로 집은 위쪽으로 더 심하게 부은 부위를 주사기로 찔러 고인 피를 빼내기도 한다. 철저한 소독이나 상당히 숙달된 주사기 사용법이 필요한데도 그냥 대충 찔러 피를 빼내고 휴지로 닦은 뒤 일회용 반창고로 마무리하는 게 전부다.

귀는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은 곳이다. 이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빨래집게 같은 것으로 고정할 때 귀에 무혈성 괴사가 일어나기 쉽고, 이는 건강에도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헤드기어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는 착용하는 게 금지돼 있고, 미국 등 일부 국가의 그레코로만형 경기에서 허용되지만, 이마저 상대 선수가 이의를 제기하면 착용할 수 없다. 이 외에도 레슬링 선수들에게는 피부병(불결한 매트 관리, 다른 선수로부터의 전염)이 자주 발병하고, 무릎 부상도 많다.

미래에는 레슬링 선수들이 "레슬링에 웬 빨래집게냐"고 반문하는 시절이 올까. 부상이 없는 잘 생긴 귀를 가진 레슬링 선수를 선발해 이비인후과학회 홍보대사로 삼거나, '오빠부대'를 거느린 '꽃미남' 레슬링 선수가 많아 인기 스포츠가 된다면 레슬링이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에 진입할 수 있을까. 갖가지 상상을 해보는 오늘이다.

아주재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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