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교구를 사용해 놀이수업을 하고 있다. 영유아를 둔 엄마들은 올해 전면 실시되는 무상보육 정책이 완전하지 않아 '보육비 일부 지원'이라고 말한다. 국제신문DB

# 사실상 보육비 일부 지원

- 유치원비 지원 받아도 절반 자부담
- 등·하원 돌보미 고용비도 수십만원
- 종일반 이용 땐 아이 방치하는 느낌

# 어린이집 이용 경쟁 치열

- 국가 지원 받으니 전업주부도 신청
- 직장맘들은 정작 아이 맡길데 없어
- 보육료 지원단가 같아 반일반 선호

"전면 무상보육이라고요? 아이 둘을 합해 지원금 44만 원을 받는다 해도 150만 원 정도의 부담이 더 남아 있는 걸요."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큰 애(만 5세)와 올해 유치원에 들어가는 둘째 아이(만 3세)를 키우는 직장맘 권은숙(가명·34) 씨는 '전면 무상보육'이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다는 지적부터 했다. "올해부터 두 아이 유치원비를 합쳐서 44만 원(만 3~5세 한 명당 22만 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지난해 기준 큰 애 유치원비가 45만 원 정도였는데, 여기서 22만 원을 지원받게 돼도 23만 원은 자부담으로 남아있죠. 2명이면 46만 원이고, 올해 유치원비가 인상될 거라는 구두통보를 최근 받았으니 자부담은 50만 원이 넘을 겁니다. 여기에 아이들 등·하원을 책임지는 아이돌보미 고용비 100만 원이 추가되죠."

등·하원 돌보미는 또 뭘까? "저의 출·퇴근(오전 8시 출근, 오후 7시 퇴근) 시간대와 아이들 등·하원(오전 9시20분 등원, 오후 2시 하원) 시간 사이에 격차가 발생해 제가 없는 시간대에 아이를 책임질 돌보미가 필요한 거죠. 저는 그나마 싸게 구해서 100만 원 정도입니다. 150만 원 정도 주는 엄마들도 있더라고요."

출·퇴근 시간에 아이를 맡기고 찾을 수 있도록 종일반이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제도는 있고 아이를 맡기라고 (유치원에서) 얘기는 합니다만 정작 이용하는 애들이 없어요. 그래도 맡긴다면 우리 애들만 혼자서 덩그러니 유치원에 있는 셈이죠. 방치하는 느낌이 들어서 비싼 돌보미를 쓰는 게 차라리 더 낫겠다 판단한 겁니다." 권 씨는 "하나도 지원해주지 않은 과거에 비하면 세상이 정말 좋아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면 무상보육'이 아닌 '보육비 일부 지원'이다"고 말했다.

■자부담 훨씬 큰 '무상' 보육

권 씨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동료 민지영(가명·34) 씨도 출·퇴근 시간과 등·하원 시간이 맞지 않는 문제로 골치를 앓다가 만 4세 아이를 아예 한 달에 70만 원 하는 비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영어유치원은 학원이어서 22만 원(만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은 받지 못하지만 대신 양육(가정양육) 수당 10만 원을 받게 된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직장에 유치원 차량을 보내주니 좀 비싸더라도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역시 지원받는 보육비에 비해 자부담 비용이 훨씬 큰 편이다.

실제 보육·교육비에 절반도 못미치는 무상보육 지원금 문제는 둘째 쳐도 부모 출·퇴근 시간과 아이의 등·하원 시간 격차로 돌보미를 사용해야 하는 데서 목돈이 드는 게 현실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이옥경 연구원은 "보육지침에는 아침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종일반) 어린이집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저녁 7시30분까지 아이를 맡기는 가정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 때 권역별 어린이집(개별 어린이집에는 종일반을 신청하는 아이가 한두 명밖에 되지 않아 같은 권역 내 한 어린이집을 지정, 종일반 이용 아이를 모아 관리하는 제도)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낯선 환경에 아이를 적응시켜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사실상 유야무야됐다"며 "아이 등·하원과 부모 출·퇴근 시간에 맞추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부모 부담은 줄어들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직장맘?

늦둥이 만 3세 자녀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는 변경희(가명·44) 씨는 "무상보육은 직장 여성들이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도록 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려고 실시됐다지만, 직장 엄마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물론 지역별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어린이집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만 0~2세반은 아프거나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출석률이 절반 정도라 하더군요. 일단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보니 전업주부들도 모두 신청하지만 정작 시설 이용률은 떨어지는 겁니다. 경쟁에서 밀린, 진짜 수요자인 직장맘 가정은 아이를 맡길 데가 없게 되는 거죠."

없던 수요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무상보육이 실시됐던 만 0~2세아는 어린이집 이용 비중이 급증했다. 부산시 집계 결과 무상보육 시행 전인 올해 1월 만 0~2세아는 3만9271명이었으나 9월에는 4만4467명으로 5196명 증가했고, 만 0~2세 어린이집 충원율도 9월 87%로 1월(84.4%)보다 올랐다. 특히 올해는 반일반과 종일반의 보육료 지원단가에 차등을 두지 않아 직장맘들의 고충은 더 커졌다.

한 직장맘은 "종일반을 받으나 반일반을 받으나 지원단가는 같다보니 어린이집은 당연히 반일반(전업주부 자녀)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안그래도 들어가기 힘든 어린이집의 문이 직장맘의 아이들에게 더 좁아졌다"고 현실성이 없는 무상보육 정책을 꼬집었다.


# 보육료·양육수당 3월부터 지급…'아이사랑카드' 발급받아야

■ 지원 받으려면

- 내달 4일부터 주민센터·온라인 신청

올해부터 만 0~5세 아동을 둔 가정에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료와 양육수당이 지원된다.

15일 보건복지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만 3~5세는 유치원도 해당) 만 0~5세 아동에게 월 22만~39만4000원이 지원된다.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게도 양육수당(만 0세 20만 원, 만 1세 15만 원, 만 2세 이상 10만 원)이 지급된다. 특히 양육수당은 지난해까지 만 0~2세 차상위계층에게만 줬으나 올해는 소득과 관계없이 전 계층에 지원된다.

이에 따라 무상보육 혜택을 받는 아동 수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6만9000명에서 올해 7만5000명으로, 양육수당을 받는 아동은 7400명에서 4만6900명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육비 및 양육수당은 3월부터 지원하며 오는 2월 4일부터 접수한다. 읍·면·동 주민센터 및 온라인(www.bokjiro.go.kr)으로 신청한 뒤 금융기관(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SK은행)에서 '아이사랑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양육수당은 읍·면·동 주민센터 및 온라인(www.bokjiro.go.kr)으로 신청 가능하며, 매달 25일에 신청 때 지정한 계좌로 입금된다. 보육료와 양육수당은 중복 지원되지 않는다.

2013년도 보육·양육비 지원안   보육시설 이용시 가정양육시 만0-2세 39만4000원 (정부보조 없는 민간어린이집 이용시 36만 1000원) 만0세 20만원, 만1세 15만원 만2세 10만원 만3-5세 22만원 10만원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계층에 지원 ※자료 : 보건복지부 부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