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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는 내년 만 0~2세 무상보육 축소안을 내놓았지만 대선 후보들이 만 0~5세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정부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어린이집에서 유아들이 만들기 수업을 받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만 0~2세 전면 무상보육
- 지자체 재정압박 불만 증대
- 정부도 불어나는 예산 부담
- 시행 1년 안 돼 폐지 추진
- 기존 혜택받던 만 0~2세
- 하위 70%까지로 대상 축소
- 만 3~4세 소득에 상관없이
- 유치원비·보육비 지원키로
- '보편적 복지' 대한 열망 증대
- 정치권도 비난 목소리 높여
- 대선후보들 무상보육 공약
- 복지부 개편안 수정 가능성
정부의 오락가락 무상보육 정책으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영유아를 둔 가정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실시되던 만 0~2세 전면 무상보육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에 지원대상이 대폭 축소돼 사실상 폐지된다. 반면 올해 지원하지 않던 만 3~4세에는 내년부터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사실상 무상보육이 실시된다.
하지만 국회를 비롯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만 0~5세 무상보육 실시를 주장하고 있어 내년 정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상보육 정책 논란의 쟁점과 해법을 살펴본다.
■'줬다 뺏는' 보육정책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던 만 0~2세아에게는 지원했던 보육료의 혜택 대상이 대폭 줄어든다. 올해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어린이집 보육료(만 0세 39만4000원, 만 1세 34만7000원, 만 2세 28만6000원)를 지원했으나 내년부터는 소득 하위 70%까지로 축소된다. 이와 별도로 양육보조금(만 0세 20만 원, 만 1세 15만 원, 만 2세 10만 원)의 대상은 올해는 차상위계층까지만이었으나 내년에는 소득 하위 70%까지로 확대된다. 보육료건 양육보조금이건 만 0~2세를 둔 소득 상위 30% 가정은 지원을 못받는 것이다.
이렇게 축소되는 이유는 불어나는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서이다. 우선 보육료를 지원받기 위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2세아 비중이 급증했다. 7일 부산시 집계 결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2세아는 무상보육 시행 전인 올해 1월 3만9271명이었으나 시행 후 9월에는 4만4467명으로 5196명 증가했다. 이는 전체(만 0~5세) 어린이집 영유아 수가 4869명(1월 6만8050명→9월 7만2919명) 증가한 수치를 뛰어넘는 것이다. 어린이집 충원율도 9월 87%로 1월(84.4%)보다 올랐다.
당초 국비와 지방비 비율을 6대 4로 부담하기로 했으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압박을 이유로 국비 증액을 요구, 무상보육이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정부가 지방비 부족분 6639억 원 중 4351억 원을 대신 부담하기로 하면서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완전한 해결은 되지 않은 상태여서 중단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부산시 기준으로는 대상 확대로 발생하는 비용이 169억 원 상당이다.
부산시 김희영 출산보육담당관은 "갑작스럽게 올해 만 0~2세 무상보육이 결정되다 보니 지방비 충당에 대한 대책 없이 정책이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직 국비 지원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으로 만 0~2세 무상보육은 축소되는 반면 소득 하위 70%까지만 주던 만 3~4세 교·보육비 지원은 내년에 늘어난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유치원비와 보육비를 지원하면서 무상 교·보육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지원 단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면 22만 원을 주며, 2014년 24만 원→2015년 27만 원→2016년 3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만 3~4세 교·보육비 재정은 2014년까지는 국비와 지방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고 2015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일원화된다.
■대선 쟁점화… 개편안 수정될까
재정 압박에 따른 중단 위기, 갑작스런 폐지 결정 등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둘러싼 혼선은 섣부른 시행 탓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올해 만 0~2세 무상보육 시행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육정책 수정에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전혜숙 선임연구위원은 "필요한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우선 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도 즉흥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육아휴직 확대 등 일·가정 양립 사회 제도화와 함께 무상보육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만 0~2세 무상보육 폐지안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난이 확산되고 있어 '확대 여지'는 남아 있다. 특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저마다 만 0~5세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보건복지부의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만 0~5세 전 계층 무상보육'과 '만 0~5세 시설(어린이집 유치원) 미이용 아동 전 계층 양육수당 제공' 실천을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만 0~5세 무상보육과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현재의 배 수준인 20%(이용아동 기준 40%)로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만 0~5세 무상보육을 비롯,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비율을 현재 5.3%에서 30%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 보육정책 선진국 사례
- '일·가정 양립'이 기본 전제, 저출산 문제 자연스레 해결
◇ 스웨덴
- 공립보육시설 90% 이상 차지
- 16세 미만 자녀 1인당 14만원
◇ 프랑스
- 사회보험 형태 각종 수당 제공
- 기업 내 보육시설 투자땐 감세
무상보육 정책은 저출산 문제로부터 기인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이 2011년 기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 이유에 대해 '양육비 부담'을 꼽은 응답이 60.2%(2011년 보건복지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나 되고 있어 무상보육 정책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7일 발표한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부산 만들기' 보고서는 저출산을 극복한 선진국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모두 공보육을 통한 무상보육 체계를 확고히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민간보육시설이 전체 보육시설의 10% 미만일 정도로 공보육 시스템이 정립돼 있다. 공보육 시설은 대부분 지방정부에 의해 운영되고 한 부모 및 맞벌이 가족에 이용의 우선권을 주고 있다. 부모는 기관보육시설 이용 때 보육비용의 10%, 가정에서 보육할 때 15%만 지불한다. 만약 경제적 사정으로 지불이 어려우면 일정 기간 국가가 보육료를 대출해 준다.
프랑스 역시 특수 계층보다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고 있다. 보육료는 모두 무상이되 방학, 휴일, 방과 후 등에는 이용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기업에는 보육시설 투자비용의 60%에 해당하는 세금을 감면해 기업 내 보육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가족·아동수당 제도 역시 공고하다. 스웨덴은 1948년부터 16세 미만의 자녀가 1명 이상 있는 전체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2001년부터 아동 한 명당 월 85유로(약 14만4000원)를 제공한다. 프랑스는 가족수당, 가족소득 보충급여, 임신지원금, 신생아 환영수당, 양육비, 직업활동 보전지원 등 6가지의 수당을 제공한다. 고용주가 그 재원을 부담하는 고용관련 사회보험 형태다.
보고서를 쓴 김현지 연구원은 "과거 출산율을 회복하는 국가들은 모두 여성고용률을 높임과 동시에 출산율을 제고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노동시장 참여를 전제로 한 가족수당, 취업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보육시설, 출산친화적 조세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우리나라 무상보육 정책에 참고할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