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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멘토'들의 지식공유…관용·다원주의 향해 문 열다

지식콘서트 전성시대

  • 국제신문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2-06-27 20:16:1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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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TEDx부산 제2회 공생공감 행사에서 '착한지구인' 이현정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TEDx부산 제공
- 문재인 대선출마 형식 차용
- 청춘콘서트도 지식공유행사

- 미국서 시작한 TED가 원조
- TEDx 이름으로 전세계 퍼져
- 부산에선 TEDx부산 등 4개
- '이그나이트 부산' 등 진화

- 젊은이의 지식갈증 해소
- 삶의 멘토 찾는 욕구 표출

최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TED(테드) 방식으로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문 고문은 강연 형식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선 출마 선언도 선언이거니와 무엇보다 TED 방식을 차용한 것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증했다. TED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지식공유 행사, 즉 '지식 콘서트'의 일종으로 강연자는 20분이 채 안 되게 짤막하게 연설하고 이를 청중뿐 아니라 인터넷 등을 통해 퍼뜨려 지식을 나눈다는 의미의 행사다.

TED뿐 아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강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게 된 계기의 하나가 된 것도 바로 '청춘 콘서트'다. 멘토를 찾아 세상의 지혜를 구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으로 대중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모은 청춘 콘서트 역시 지식공유 행사의 일종이다. 청춘 콘서트와 같은 형식의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 글로벌 키(Global KEY 21) 등 비슷한 행사가 부산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지식 콘서트는 하나의 거대한 사회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식 콘서트의 원조 격 TED

   
테크플러스 포럼이 지난 5월 롯데호텔부산에서 개최한 강연회. 테크플러스 포럼 제공
지식공유 행사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TED는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다.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세 분야의 '공유할 만한 가치있는 생각을 확산시킨다(Ideas Worth Spreading)'는 취지로 출발했다. 명칭도 앞 글자를 따 지어진 것이다. 하지만 근래는 세 분야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철학 예술 교육 등 여러 분야로 확산돼 '집단지성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행사는 철저히 비영리다.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사회적 빈곤의 문제, 국제 문제, 환경과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별 전문가들이 나와 지식과 아이디어를 18분 이내라는 짧은 시간에 강의해 지식을 전파한다.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 등 인사들이 TED 무대에 서면서 유명세를 탔다. TED 강연은 'TED 톡스(Talks)'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데 보통 강연당 조회 수가 수억 건에 이를 만큼 전 세계인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펼쳐지는 TED 본 행사 이외에 TEDx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도 진행된다. 'x'는 '@'의 의미로 가령 TEDx부산은 부산에서, TEDx뉴욕은 미국 뉴욕에서 치러진다는 의미이다. TED 재단에 신청해 허가를 받으면 TEDx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누구라도 열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TEDx서울, TEDx부산, TEDx대전 등 80여 개의 TEDx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부산에서도 TEDx부산, TEDx해운대, TEDxPNU, TEDxKSU 등 4개의 각기 다른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TEDx(또는 TED)는 세미나처럼 강연과 토론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애프터파티 등을 통해 청중과 적극적으로 인적 네트워킹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강연 동영상은 해당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 중 TEDx부산(tedxbusan.com )은 '재창조(Re:Creation)'를 주제로 오는 7일 부산대에서 4회 행사를 개최한다. 2010년 12월 첫 행사 이후 4회째로 '토지+자유 연구소' 남기업 소장, '반송 희망세상' 김혜정 씨, 김기창 고려대 법학과 교수, 사회복지사 고윤정 씨,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신현승 씨 등 10명의 연사가 참여해 생각을 나눈다.

■넘치는 지식공유 행사

지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청춘콘서트 2.0'은 지식 콘서트의 가장 대중적인 행사라 할 수 있다. 안철수 박경철 법륜스님 김여진 김제동 등 우리사회 '멘토'인 유명 인사들이 참여해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눠 대중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대기업 삼성이 개최하는 '열정락(樂)서'는 삼성 임원 및 유홍준 김난도 교수 등 유명인들이 대학생들과 만나 생각을 나누는 토크콘서트로 지난해부터 개최됐으며 올해도 해운대 벡스코 등 전국 곳곳에서 20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TED'를 지향하는 테크플러스 포럼은 지난 2009년부터 '세상을 바꾸는 생각들(Ideas changing the world)'을 모토로 산업기술문화계의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고 있다. 특히 강연자로 외국 석학들이 많이 초청돼 주목을 받고 있다. 테크플러스 포럼은 지난 5월 롯데호텔부산에서 데니스 홍 버지니아공대 교수, 필리프 드 파소리오 토탈 이머전 아시아태평양 대표 등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그나이트(Ignite) 부산'은 5분 정도의 짧은 강연으로 지식을 나누는 방식이고, 부산시민센터에서 열리는 '싱크 카페'(thinkcafe.org)는 참가자들의 토론 위주로 진행된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춘공감 콘서트 글로벌 키(Global KEY) 21 등도 있다.
■지식 다원주의 세계로의 진보

지식 콘서트가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지식 갈증을 해소하고, 청년실업으로 힘든 세상에 삶의 멘토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지식공유 행사도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식 콘서트 참여자가 대부분 20~40대 대학생부터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서로 대립할 수 있는 생각과 가치를 존중하는 지식 관용주의, 지식 다원주의가 확산되는 사회적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TEDx부산 소속 김주현 테드엑서(TEDx 기획·개최자)는 "지난 4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전 세계 TEDx 기획자들의 모임인 TEDx서밋에 참석했는데 굉장히 대립적 의견도 서로 끝까지 들어주며 박수쳐주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며 "TED 같은 지식 콘서트는 단지 유명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강연을 해 지식을 나눠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가치 있는 것으로 서로 인정해주는, 지식 다원주의를 지향하는 것 같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TEDx 등 지식 콘서트는 형식만 차용할 게 아니라 그 취지에 대해서 더욱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테드엑서'들 개선점 지적

- "행사 난립하면서 질적 저하 우려"

- 기업 후원문화 조성 안돼
- 대학 단위의 이벤트 부족

   
TEDx해운대 이벤트를 준비한 테드엑서들. TEDx해운대 제공
지식 콘서트의 대표 행사인 TEDx(TED의 세계 각 지역단위 행사)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일꾼들을 '테드엑서(TEDxer)'라고 칭한다. 평범한 대학생 직장인인 이들은 자발적으로 TEDx 행사를 준비한다. 비영리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사비를 털기도 하지만 연간 1~2회의 행사 준비에 매번 구슬땀을 흘린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확산시킨다'는 TED의 취지에 열광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TEDx 행사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개선점도 지적했다.

TEDx부산 김마니(26) 씨는 TEDx 이벤트를 부산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테드엑서다. TEDx부산 라이센시(TEDx 개최 허가증을 TED로부터 받은 사람)가 돼 2010년 12월 TEDx 행사를 처음 부산에서 열었다. 지난해 본 재단의 공식 행사인 TED글로벌 행사에도 초청됐다. 김 씨는 "전 세계 특히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테드엑서들과 만나면서 진정한 TEDx란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또는 그 도시의 문제를 논하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 TEDx 행사들은 고민이 부족해서인지 너무 큰 것(글로벌 문제)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TEDx해운대의 김경원(42) 라이센시는 부산인적자원개발원 연구위원으로 해당 연구를 수행하면서 TEDx, 이그나이트 등 지식공유 행사를 알게 돼 TEDx해운대 행사를 2011년 4월부터 열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부산지역 대학 단위의 TEDx 이벤트가 부족(현재 부산대와 경성대 2곳밖에 없음)하고 기업 후원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청중과의 의견 교류 분위기가 안돼 있으며, 대상도 여전히 20~30대 젊은 층에 머무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4학년 황덕현(25) 씨는 부산대 단위의 TEDx(TEDxPNU)를 만들어 지난해 3월 첫 행사를 열었다. 28일 오후 6시부터는 부산대 앞 제이스퀘어에서 4회 이벤트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TED 본 행사의 생중계도 실시된다. 황 씨는 "행사 개최 계획을 공지한지 4~5시간 만에 좌석이 매진되고 대기자가 밀리는 것을 보고 부산에서 지식나눔, 강연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약식 TEDx'라 할 수 있는 지식 콘서트 '이그나이트(Ignite) 부산'도 주도하고 있다.

TEDx부산 창립 멤버로 현재까지 활동하는 박혜린(27) 씨는 "TEDx가 난립하면서 이벤트 수에 비해 질이 낮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행사 주제나 연사, 청중 가로채기 등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도 하다"면서 "또다른 도약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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