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 예방·대책 법률' 개정 시행
- 가해자 처벌 근거 강화 불구
- 피해자 사후 조치 아직 부족

- 전문 치유 프로그램 필요 지적
- 무관심·방관 태도 근절 노력도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고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왕따와 폭력에 못이겨 자살을 하는 청소년의 사건이 이어지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급기야 부산의 한 중학생이 친구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부와 지자체, 학교는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이에 대한 대책을 알아보고자 지난 22일 '청소년 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방안' 정책포럼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야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토론에 참가한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하정화 연구위원의 도움말로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대책,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대처방안 등을 살펴봤다.

■법령 개정됐지만 피해학생 지원 대책 여전히 부족

지난 4월 1일자로 개정, 시행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처벌하는 근거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전까지는 피해학생까지 전학을 가야했지만 이러한 피해학생에 대한 전학권고 규정은 폐지됐다.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같은 학교에 배정되는 일도 금지됐다. 피해학생 치료비 지원 근거 역시 생겼다. 가해학생 처벌의 경우, 학교폭력 발생 시 피해학생 또는 고발 학생과의 접촉을 금지하며 출석정지 기간 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학생생활기록부에는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남게 된다. 가해학생 학부모의 특별교육도 의무화됐다. 가해학생 학부모가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이 개정됐지만 피해학생들을 위한 사후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학교와 교육청은 현재 'Wee센터' 등 가해자 중심의 교화 및 치유 프로그램만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피해학생을 위한 전문 치유 프로그램은 없는 실정이어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학교폭력을 학교의 문제로만 보는 시선은 개선돼야 한다. 한 인간이 성장하는 사회화라는 큰 틀 속에서의 문제로 보고 학교를 비롯, 가정과 지역사회가 서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강조하는 시민교육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자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방관자가 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실을 주변에 알려 가해 행동을 자제시켜야 한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자신의 갈등과 분노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갈등과 분노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친구 가족 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처방안

표물(오른쪽)과 같은 피·가해 징후가 보인다면 가정과 학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적극적인 대처노력을 펼쳐야 한다.

①학교

오직 성적만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한 청소년의 근본적인 고민과 갈등을 해결하기는 힘들다. 학교는 학습능력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친구를, 교사를 존중하는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또한 교사에게 적합한 권한을 줘야 한다. 교사에 기본 권한이 없는데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하반기에 500여 명의 전문상담교사를 학교에 배치한다고 한다. 배치 자체가 대안이 아니라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전문상담교사의 의견서가 학생의 미래에 결정적인 효력을 발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②가정(부모)

폭력이 이미 발생한 경우는 법적 조치 등 신속히 사후 대처를 해야한다. 하지만 학교폭력 예방이 우선이다. 사전예방에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을 형성해 폭력에 가담할 소지가 높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부모는 자녀가 또래집단과 건전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부모는 자녀와 자녀의 주변 친구들을 평소에 유심히 관찰하도록 한다. 평소는 다양한 소재로 대화하면서 소통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는 위기상황에서 보다 원활한 대화를 통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데 용이하다.

③지역사회

학교폭력 위기에 있는 청소년은 '지역사회 청소년 사회안전망(CYS-Net)'을 통해 조기에 발견돼 신속하게 문제해결에 이를 수 있다. CYS-Net(Community Youth Safety-Network)는 지역사회 내 활용 가능한 자원을 가동해 위기청소년을 돕는 청소년 지원네트워크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

CYS-Net 서비스 지원은 총 3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는 위기청소년 발견 및 의뢰다. 청소년전화인 1388 또는 연계기관으로부터 의뢰 등을 통해 위기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한다. 2단계는 위기정도 판정 및 맞춤서비스계획이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청소년의 위기 정도를 평가해 적절한 서비스를 계획한다. 3단계는 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통합지원체계 연계망을 통해 개인에 맞는 지원을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우리 자녀·학생 학교폭력 피·가해 징후 체크하세요 ▶ 피해 학생일 가능성이 있는 징표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있다. □ 　수업 중 질문에 답하거나 의견을 말할 때 학생들이 흉내를 내거나 비웃는다. □ 　이름보다는 비하성 별명이나 욕으로 호칭한다. □ 　특별한 볼일 없이 교무실이나 교사 주위를 배회한다. □ 　성적이 갑자기 또는 서서히 떨어진다. □ 　조퇴가 늘어나거나 결석이 잦다. □ 　늦게 등교하거나 혼자 늦게 교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 　체육시간, 야외활동시간, 청소시간에 혼자인 경우가 많다. □ ▶ 잠재적 피해 학생의 특징   　신체적 힘이 약하다. □ 　지나치게 민감하고 소심하고 수동적인 성격이다. □ 　자기를 주장하거나 잘 표현하지 못한다. □ 　대인관계, 적응력 부족으로 친구가 적다. □ 　특이한 행동이나 외모이다. □ 　신체적 결함(장애)이 있다. □ ▶ 가해학생일 가능성이 있는 징표   　신체적으로 힘이 세다. □ 　행동이 거칠고 화를 잘 내며 쉽게 흥분한다. □ 　교실에서 큰 소리를 많이 치고 반 분위기를 주도한다. □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을 종종 나타낸다. □ 　수업참여 태도는 불성실하나 주위에 친구들이 많다. □ 　가정 형편에 비해 고급 의상을 착용하거나 돈의 씀씀이가 헤프다. □ 　등하교시 책가방을 들어다 주는 친구나 후배가 있다. □ ▶ 잠재적 가해학생의 특징   　불안정, 급한 성격이어서 공격받을 때 싸우려고 하거나 말로 쏘아 붙인다. □ 　심하게 활동적이고 집중이 안 된다. 공격적이며 긴장을 일으킨다. □ 　짜증스러워하는 버릇이 서툴고 미숙하다. □ 　자기보다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려고 한다. □ ※자료 : 부산여성가족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