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13일부터 홈과 원정을 오가며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와 치른 6연전을 모두 패하며 '가을야구'가 멀어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최근 10경기 2승 8패를 거두는 동안 평균 득점이 3.5점에 그치는 등 타선이 차갑게 식은 데는 중심타선 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이대호의 부진이 뼈아프다.

이대호는 6월 들어 치른 17번째 경기인 20일 kt전에서야 2루타를 때려내며 장타를 신고했다. 지난달 31일 치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터뜨린 2점 홈런 이후 홈런포는 잠잠하다.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말 그대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율 0.424를 기록해 리그 타자 중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이후 점점 타격감이 떨어지며 김선빈(KIA)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리그 4위까지 떨어졌다.

제동이 걸린 건 부상 탓이 컸다. 지난달 25일 홈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과 이튿날 원정 KIA전까지 결장한 그는 등 부위에 담 증세를 보여 타격하는 순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비시즌 개인훈련부터 팀의 스프링캠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지와 대회까지 치르고 바로 시범경기 일정에 합류해 쉴 틈 없이 달려온 여파로 본다"고 말했다.

타격 슬럼프에는 선구안이 무너진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대호는 6월 들어 볼넷을 하나만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11개나 당하며 돌아섰다.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를 지나치게 의식해서인지 시즌 초반과 같은 호쾌한 타격이 나오지 않는다.

이대호는 최근 팀의 주장이자 최고참으로 절치부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8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가장 먼저 타격 훈련을 자청했고, 동갑내기 최준석을 비롯해 투수 조 고참 윤길현 손승락 등과 함께 머리도 짧게 깎아 연패 탈출 의지를 보였지만 무위에 그쳤다. 팀도 여러 가지 처방을 내리고 있다. 느린 발 때문에 병살타가 많은 이대호와 최준석을 타순에서 떨어뜨려 놓기 위해 이날 경기에서 전준우를 4번에 배치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썼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대호는 부진을 겪는 중에도 6월 득점권 타율 0.407로 팀 내 2위에 올라 있어 여전한 해결사 능력을 증명했다. 타격 지표도 시즌 초반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지만 타율(0.353) 홈런(11개) 타점(41점) 부문에서 팀 내 상위권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아직 타격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하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믿음을 보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