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각지서 온 90여 명 참관단
- 훈련 중인 선수들 한마음 응원
- 예비 아빠 강민호에 질문 세례도
- 아기와 유니폼 입은 가족 팬부터
- 야구팬 딸과 함께 온 어르신까지
- 함께 사진 찍으며 이야기꽃 피워

검게 그은 얼굴의 선수들이 등장하자 모여있던 사람들의 환호성이 높아졌다. 오로지 이들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이곳까지 모인 팬들은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현 온나 촌 문비치호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오키나와 팬 미팅' 행사에서 박세웅 정훈 김문호 강민호 전준우(오른쪽부터)가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온나=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현 온나 촌에 있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의 스프링캠프 숙소가 모처럼 떠들썩해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이틀에 걸쳐 일본행 비행기를 탄 90여 명의 팬 참관단이 이곳을 찾아 강민호 전준우 김문호 정훈 박세웅이 참여한 가운데 팬 미팅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선착순 신청을 받거나 추첨을 통해 모집됐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의 팬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선수들을 향한 관심을 표현했다.

팬들에게 주어진 질문시간에는 강민호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졌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대한 물음부터, 꿈과 목표를 묻는 거창한 질문까지 있었다. 아내가 임신 6개월째라고 전한 강민호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답변했다. 정훈은 "롯데 유니폼을 벗기 전에 우승해 보는 게 꿈"이라고 밝혀 팬들의 가장 큰 환호를 끌어냈다. 짓궂고 엉뚱한 질문도 몇 차례 이어졌지만 선수들은 성심성의껏 답변을 이어갔다. 야구 선수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축구 선수'(전준우) '보험업'(정훈) '군인'(박세웅)이라며 재치있게 답하기도 했다.

두 돌이 갓 지난 아들 주영 군과 함께 온 가족이 롯데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나타난 황진섭(30·경북 구미시 구평동) 씨는 롯데 팬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롯데를 좋아했다고 한다.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던 아내까지 롯데 팬으로 전도했다고 밝힌 그는 "마침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하던 중에 행사를 알게 돼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혼인 전준우, 강민호와 애환을 나누기도 했다. 유부남이 되고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 결혼 6년 차인 전준우는 "처음에는 사소한 부분에서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려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답했다.

선수들은 이후 팬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꽃도 피웠다. 팬들은 이 자리 저 자리를 옮겨 다니며 선수들과 함께 셀카를 남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어진 사인회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져온 유니폼과 야구공, 글러브에 선수들의 필적을 남겼다. 전지훈련지에서 가진 오랜만의 휴식일은 선수들과 팬들의 포토타임으로 마무리됐다.

본인은 잘 모르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철(여·79·제주시 연동) 씨는 이번 팬 미팅을 통해 롯데 팬으로 거듭났다. 선수들에게 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하려는 손자에 대한 조언을 구해 좋은 답을 얻었다는 그는 "야구와 선수들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며 "아이들도 야구를 시작하고 나도 이제부터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온나=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