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규·홍성흔 경쟁서 밀려나
- 출전 기회 줄고 성적도 내리막
- 김병현·이정훈, 팀 방출 통보

본격적인 추위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프로야구 베테랑 중 일부는 따뜻한 겨울을 맞겠지만 일부는 혹한의 겨울을 견뎌야 할 듯하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베테랑도 있다. 불펜 투수 최영필(42·KIA 타이거즈)은 팀을 찾지 못한 2013년 겨울 육성 선수 신분으로 KIA에 합류했다. 하지만 세 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홀드를 올리며 자리를 잡았고, 재계약 전망도 긍정적이다. 세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포기하고 팀에 잔류한 이호준(40·NC 다이노스)도 있다. 이번 시즌 20홈런을 넘기며 다음 시즌 팀 우승에 보탬이 될 실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들과 다르게 전성기를 넘기고 여전히 팬들에게 인기와 지지를 받으면서도 다음 시즌을 기약하지 못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던 '적토마' 이병규(42)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계약이 마무리된다. 2013 시즌 최고령 타격왕(0.348)에 오르며 맺은 3년 계약 이후 공교롭게도 출전 기회나 성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잔 부상에 시달리며 계약 다음 해부터 2할대 타율에 그쳤고, 이번 시즌에는 양상문 감독의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줄곧 2군에서만 출전했다.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대타로 나서 니퍼트를 상대로 1타수 1안타를 때린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1군 출전 기록이다.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39)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지난해 오른손 타자 최초 2000안타 기록을 세웠지만 이번 시즌에는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43경기 남아 있는 2000경기 출장 기록에도 더 근접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17경기에서 0.250을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팀 내 신인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 컸다. 소속팀에서는 아직 이들의 정확한 거취를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재계약과 선수 생활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KIA의 김병현(37)은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할 처지다.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는데 아직 더 뛰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가 강해, 최근 한화 이글스 프런트에서 영입을 검토했으나 부정적인 결과로 마무리됐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뛴 경험으로 한국으로 복귀한 2012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선발로 나서서 한 차례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지 못했고 이번 시즌에는 1군에도 오르지 못한 채 한 해를 마감했다.

1997년 데뷔해 20년 차를 맞은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 이정훈(39)도 기로에 섰다. 이정훈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선발과 중간을 오가다 불펜 투수로 자리 잡으며 13시즌 동안 364경기에 나와 29홀드를 올렸다. 넥센으로 팀을 옮겨서도 궂은일을 담당하며 등판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주로 퓨처스 리그에 머물렀다. 최근 팀으로부터 명단 제외를 통보받아 다른 팀을 찾고 있으나 아직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구단별 보류 선수 명단 제출 시점까지 팀과 베테랑 선수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