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스타 장원준(29)이 부산을 떠난다.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인 88억 원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왼손 선발투수 장원준이 4년 총액 88억 원(보장금액 80억 원)의 계약 조건을 거부해 원소속구단과의 우선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88억 원은 지난해 포수 강민호(29)가 받은 4년 총액 75억 원보다 13억 원이나 많은 액수다. 이윤원 단장은 "장원준을 잡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최대의 액수를 제시했다"면서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4년 88억 원'을 제안받은 장원준은 25일 'FA 시장에서 가치를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프런트에 전달했다. 원소속구단 협상 마감 시간 하루 전에 결별을 통보한 셈이다.

오른손 베테랑 투수 김사율(34)도 이날 3년 13억 원(보장금액 10억 원)의 제시액을 거부했다. 내야수 박기혁(33) 역시 이 단장이 내놓은 3년 10억 원(보장금액 6억 원)에 사인하지 않았다. 집토끼 3인방이 모두 집을 나가려고 짐을 싼 것이다. 세 선수는 27일부터 9개 구단과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다.

장원준은 그동안 최정(SK)과 함께 FA 최대어로 꼽혔다. 두 선수 중 누가 '몸값 100억 원' 시대를 열지도 관심사였다. 최정이 이날 4년 86억 원에 SK 잔류를 선택한 반면 장원준은 고향을 떠나는 강수를 뒀다.

장원준의 이탈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거인 마운드는 와해 상태에 내몰렸다. 이미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은 성적 부진으로 짐을 쌌다. 재계약이 유력한 옥스프링(37)도 내년 시즌 예전의 구위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송승준(34)은 올해 8승11패 평균자책점 5.98로 뚜렷한 노쇠화를 드러냈다. 여기다 장원준의 공백을 메울 대안은 전무하다. 장원준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5시즌(경찰청 복무 기간 제외)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에이스다. 아울러 매년 150이닝-10승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좌완 선발이다. 부산 수영초-대동중-부산고를 졸업한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선발진 보강이 절실한 팀이라면 탐낼 만한 자원이다. 이미 몇몇 구단이 장원준과 탬퍼링(사전접촉)을 했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KT·한화·LG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사찰' 파문으로 교체된 신임 경영진도 타격을 받게 됐다. 내부 FA 단속을 통한 전력 유지는 고사하고 에이스까지 놓쳤기 때문이다. 이종운 롯데 신임 감독의 내년 시즌 구상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감독은 지난 15일 도미니카로 출국하기 전에 "반드시 장원준을 잡아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