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감각이 올라와 맞을 때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희망을 품어 보는 거죠. 선수들에게는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자고 이야기했습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46) 감독이 한 이야기다.

염 감독의 말대로 넥센은 앞서 치른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공격에 어려움을 겪은 터였다.

대타 윤석민의 3점 홈런을 앞세워 1차전을 따냈지만 2차전에서는 5안타밖에 때리지 못하는 빈공 끝에 2-9로 졌다.

LG 선발 신정락을 상대로는 7이닝 동안 안타 2개에 그쳤다.

정규리그에서 9개 구단 중 최강을 자랑하는 넥센 타선이 플레이오프 들어 침묵한 원인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핵심 타자들이 꽁꽁 묶인 데 있었다.

홈런왕 박병호는 두 경기에서 단타 하나를 치는 데 그쳤고, 유격수 최초 40홈런의 주인공인 강정호도 장타는 만들지 못했다.

톱타자 서건창이 1안타, 2번 타자 이택근이 무안타로 묶이는 등 작전의 핵심 역할을 해 줘야 하는 테이블세터도 침묵했다.

이날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심했다는 염경엽 감독은 결국 바뀐 타순을들고 나왔다.

붙박이 2번이던 이택근을 7번으로 끌어내리고, 외국인 타자인 비니 로티노를 2번에 배치하는 것이 새로운 라인업의 핵심이었다.

염 감독은 "이택근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면서 "이택근과 이성열이 7∼8번에 위치하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더 강해 보이는 타선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런 승부수가 3차전에서 적중했다.

1회초 3번 타자 유한준이 1사 1루에서 병살타를 치는 등 이날 경기에서도 초반 상위타선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가운데 6번 김민성의 공격으로 시작한 5회초, 하위 타선의집중력이 폭발했다.

김민성의 중전 안타에 이어 이택근이 시리즈 첫 안타를 터뜨렸고, 이성열의 1타점 2루타와 박동원의 2타점 2루타까지 6∼9번 타자가 연속 안타로 단숨에 3점을 쓸어담고 LG 선발 코리 리오단을 끌어내렸다.

여기에 이날 첫 선발 출전한 로티노까지 우중간 2루타로 1점을 추가, 넥센은 5회에만 4점을 따내고 팽팽하던 승부의 흐름을 급격히 돌려놓았다.

이날 넥센은 하위 타선에서 장타 없이도 정확성과 집중력만으로 '빅 이닝'을 만들고, 3번 유한준과 5번 강정호가 나란히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모처럼 넥센다운 공격을 선보였다. 시리즈 들어 첫 두자릿수(10개) 안타다.

굳이 '옥에 티'를 꼽자면 리드오프 서건창이 여전히 침묵했고 4번 박병호도 아직 장타를 신고하지 못했다는 점 정도가 될 것이다.

하위 타선에서 만들어낸 활기가 두 선수에까지 전달된다면 가을에도 특유의 폭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