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없다’가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박찬욱 감독. 연합뉴스

베네치아영화제 사무국은 22일(현지시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 기자회견에서 ‘어쩔수없다’를 포함한 21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을 발표했다. 영화제 측은 ‘어쩔수없다’에 대해 “해고된 직장인이 재취업에 나서면서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박 감독이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이번이 두 번째이자 20년 만이다. 박 감독은 2005년 복수 3부작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젊은 사자상, 베스트 이노베이션상, 미래영화상 등 3개의 비공식 상을 받았다. 그보다 앞선 2004년에는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로 비경쟁 부문에 초대됐다.

박 감독은 이날 공식 초청 소식에 “영화를 완성하고 베네치아 초청까지 받고 보니 그 긴 세월,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길 잘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이병헌은 “(완성작을) 얼른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손예진도 “첫 해외 영화제 방문이 베네치아라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영광”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어쩔수없다’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회사원 만수가 갑자기 해고된 이후 아내 미리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 감독이 2022년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로,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를 뼈대로 했다. 이병헌이 만수 역을, 손예진이 아내 미리 역을 맡았다.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도 출연했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촬영을 종료하면서 “가장 만들고 싶던 작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부고니아’도 경쟁 부문에 나란히 초청됐다. ‘부고니아’는 음모론에 사로잡힌 두 명의 주인공이 유명 제약 회사 사장을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납치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가여운 것들’(2023) ‘더 랍스터’(2017) 등을 선보인 그리스 출신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하고 에마 스톤이 주연을 맡았다. CJ ENM이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하고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애프터 더 헌트’,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도 경쟁 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에트랑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트랑켄슈타인’은 모두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경쟁 부문에서 맞붙게 됐다.

베네치아영화제는 칸, 베를린과 함께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는 저명한 영화제다. 경쟁 부문 초청작들은 폐막일은 9월 6일까지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두고 경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