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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부산문화회관 김윤규 대표이사가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그는 “공공극장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효 선임기자 |
- 무용계 출신 첫 대표 맡아 주목
- 인사논란·예산삭감 등 과제 산적
- 예술단 본부급 격상 조직 개편
- 시향 감독 ‘오페라 지휘자’ 물색
- 입문형 공연·야간 개방 등 추진
“부산문화회관은 저에게 ‘특별한’ 곳입니다. 1997년 생애 처음 창작한 작품을 선보인 곳이 바로 이곳 대극장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지역의 큰 자랑이었던 공공극장과 부산시립예술단이 최근 신뢰를 잃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산문화회관·부산시민회관을 시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공극장으로, 시립예술단을 시민의 신뢰를 받는 예술 단체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올해 크고 작은 풍파를 겪은 (재)부산문화회관이 새로운 대표를 맞아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문화회관을 새롭게 이끌 이는 김윤규(55) 신임 대표이다. 부산대 무용학과 출신인 그는 ㈔트러스트무용단 예술감독과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 등을 지낸 무용인이다. 무용계 인사가 (재)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취임 후 한 달간 문화회관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답은 하나였어요. 시민 누구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공극장’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9일 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대표는 취임 후 ‘신뢰 회복’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고민을 한 것은 문화회관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회관은 2024년부터 이어진 인사 논란으로 부산시의 감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직원 복무 문제까지 불거져 총체적 개선의 필요성을 이유로 올해 예산 26억 원이 깎이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예산 삭감에 따른 후폭풍은 아직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기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의 변화에 맞춰 문화회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도 시급하다. 지난해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연 데 이어 2028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도 앞두고 있다. 지역의 공연장이 늘어나고 관객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문화회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가 제시한 방향은 시립예술단의 역량을 높이고, 공공극장으로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시립예술단은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육성하고, 두 극장은 시민이 공연·전시를 감상하고 교육·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일상 속 예술 공간’으로 가꾸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시립예술단이라면 지역의 모든 공연장을 아우를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동시에 공공극장은 더 많은 시민을 품어야 합니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고자 합니다.”
예술단 역량 강화를 위한 첫 과제는 현재 공석인 부산시립교향악단과 부산시립극단의 예술감독 선임이다. 김 대표는 “공백을 메우는 데 급급하기보다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는 데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시향의 차기 예술감독은 오페라 지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을 찾을 방침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활동 영역이 넓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시립예술단 7개 단체의 역량을 모아 문화회관만의 창작 오페라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따라서 시향 예술감독 선임 시기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연장과 예술단의 협력을 위한 조직 개편도 추진한다. 그동안 두 공연장과 시립예술단 사무국이 별개의 조직처럼 운영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대표는 시립예술단 사무국을 본부급으로 격상해 총 4개 본부(경영·공연·예술단·시민예술) 체제를 갖추고, 연간 사업 계획도 공연장과 예술단이 함께 세우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 문화융합사업본부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시민예술본부’(가칭)로 개편한다. 시민에게 공연장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특히 접근성이 좋은 시민회관을 중심축으로 삼아 입문형 공연을 대폭 늘려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할 계획이다. 또 직장인을 위해 전시실 야간 개방도 추진하며, 기존 예술 교육은 시민이 직접 무대에 서는 참여형으로 개편한다.
“눈앞의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기틀을 다지려 합니다.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극장과 예술단의 역량을 키우되, 그 중심에는 늘 시민이 있어야 합니다. 시민을 위한 공공극장이자 공공 예술단의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