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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년예술인이 꾸린 인형극 ‘그의 하루’ 무대

부산문화회관서 28~30일 개최

  •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   입력 : 2026-08-23 18:32:5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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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부산문화회관 사랑채극장에서 열린 ‘그의 하루’ 제작 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작품 속 주요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 신진청년예술인 지원사업 작품
- 서울아트마켓 홍보부스도 마련

연극 무대 위 신입 사원 차림새를 한 청년 앞에 사람 키만 한 거대한 얼굴이 불쑥 나타난다. 청년의 직장 상사다. 실적이 부진하다는 듯 상사가 호통을 치자 청년은 서류 더미를 끌어안고 황급히 달아난다. 이윽고 무대 위에는 배우 대신 청년을 본뜬 50㎝ 크기의 작은 퍼핏(인형)이 등장한다. 퍼핏은 실적 그래프를 형상화한 오브제를 필사적으로 기어오르지만 좀처럼 정상에 닿지 못한다. 끝내 힘이 빠진 퍼핏은 아래로 추락한다. 배우와 인형이 한 인물을 오가며 펼쳐낸 장면에서는 지역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인형극의 묘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재)부산문화회관은 지난 20일 부산문화회관 사랑채극장에서 인형극 ‘그의 하루’ 제작발표회를 열고 주요 장면과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이 작품은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시가 추진하는 ‘신진청년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개발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지역 청년 예술인에게 공연 참여 기회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앞서 무용·국악 공연 ‘수퍼타이거’(2022)와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2023),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25)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후원에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올해는 인형극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단체 ‘예술무대산’과 손잡고 인형극 제작에 도전했다. 2001년 창단한 예술무대산은 국내 주요 공연예술 축제는 물론 프랑스 홍콩 캐나다 스페인 등 해외 무대에도 꾸준히 작품을 올린 전문 인형극단이다.

작품은 취업난에 시달리던 취준생 ‘그’가 계약직으로 회사에 들어간 뒤 겪는 일을 그린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직장 생활을 주제로 다루지만, 이를 무대에 풀어내는 방식은 색다르다. 때로는 배우가 직접 청년을 연기하고, 때로 50㎝에서 1m 넘는 다양한 크기의 퍼핏이 배우를 대신한다. 연출을 맡은 황승현 연출가는 “표정이나 감탄사처럼 사람이 직접 표현해야 살아나는 감정은 배우에게 맡기고, 현실의 몸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은 인형을 활용해 표현력을 극대화했다”며 “인형극은 어린이를 위한 장르라는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흔치 않은 장르의 공연에 지역 청년 예술인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공연에는 배우 15명을 비롯해 무대·조명·홍보 스태프까지 모두 31명의 부산 청년이 참여한다. 주인공 ‘그’ 역할을 맡은 이성민 씨는 “이런 방식의 예술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며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퍼핏티어로 참여한 조수빈 씨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배운 점을 앞으로 후배 예술인에게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28~30일(28일 오후 7시, 29일 오전 11시·오후 2시, 30일 오전 11시) 부산문화회관 사랑채극장에서 열린다. 부산 공연 뒤에는 서울에서 일정을 이어간다. 국내 최대 규모 공연예술 마켓인 ‘서울아트마켓’(10월 13~16일)에 맞춰 10월 16일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서울아트마켓 현장에는 별도 홍보 부스도 마련해 국내외 공연예술 관계자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향후 유통 가능성을 논의한다.

부산문화회관 남영희 공연예술본부장은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공연 참여와 함께 유통 과정까지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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