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18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끝난 뒤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가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
압도적인 울림이었다. 때로는 춤을 추듯 유연하게, 때로는 손끝이 떨릴 만큼 힘차게 홍석원 지휘자는 말러 특유의 장대한 에너지를 지휘봉 끝에 담아냈다. 부산시립교향악단(부산시향) 수석객원지휘자로 함께한 그의 마지막 무대는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지난 18일 부산콘서트홀(부산진구 연지동)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가 열렸다. 공연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매진됐을 정도로 전국 클래식 팬의 관심을 모았다. 부산시향이 2024년부터 시작한 말러 사이클의 피날레이자, 홍석원 지휘자가 부산시향과 함께하는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이다.
이날 연주한 작품은 말러 교향곡 제8번. 초연 당시 1000명 넘는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은 곡이다. 높은 연주 난도에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수백 명의 어린이·성인 합창단이 필요해 무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으로 여겨진다.
부산에서는 지난 1월 낙동아트센터가 개관 기념 공연으로 지역 예술가 330여 명과 이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부산시향의 공연은 그보다 규모를 키운 400여 명의 무대로 꾸며졌다. 부산시향을 비롯해 부산시립합창단 울산시립합창단 김해시립합창단 클래식부산합창단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 김해시립소년소녀합창단 등 부산 경남 울산의 예술가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부산콘서트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낙동아트센터 공연은 음향 자체는 호평받았지만, 987석 규모의 공연장이 대규모 편성 작품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무대가 좁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2000석 규모의 부산콘서트홀은 악기와 합창, 독창이 빚은 장대한 음향이 안정적으로 어우러졌다.
압권은 파이프 오르간이었다. 공간 전체를 울리는 듯한 압도적인 음량으로 도입부를 힘차게 연 데 이어 공연 내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부산시향은 장대한 음향 속에서도 어느 악기 하나 묻히지 않을 만큼 각 파트의 선율은 선명하고 명료하게 소화했다. 합창석 3면을 가득 채운 합창단과 독창자 역시 오케스트라 선율과 조화로운 하모니를 들려줬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기립박수가 10분 넘게 이어졌고, 홍석원 지휘자도 환한 얼굴로 화답했다.
홍석원 지휘자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수석객원지휘자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2024년 7월 부산시향 예술감독으로 임용됐지만 이듬해 9월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다. 하지만 후임 예술감독 선임이 지연되며 수석객원지휘자 자격으로 반년 넘게 부산시향의 주요 일정을 이끌었다.
부산시향은 당분간 예술감독 없이 대행과 객원 체제로 하반기 공연을 소화한다. 8월 정기연주회는 백승현 부산시향 부지휘자가, 9월과 10월 공연은 각각 이승원 여자경 지휘자가 객원으로 지휘봉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