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FF 출신 영화의전당 본부장
- 서부산권 최초 영상센터 맡아
- “‘미디어교육’ 기존 센터와 차별
- 연기교실·초단편영화 제작 학습
- 영화 집중 복합문화공간이 목표
- 부산 영화인·시네클럽과 연대
- 지역 독립영화관과 협업도 구상”
“‘시네마테크 1/24’과 ‘시네마테크 부산’을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이곳에서는 일반인이 보기 어려웠던 독립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영화 비평 모임도 열려 영화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던 소중한 공간이었죠. 저 역시 1995년 ‘시네마테크 1/24’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도 시민에게 그런 기억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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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이승진 센터장이 올해 운영 방향과 계획을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
30대 이상 영화 팬이라면 ‘시네마테크’에 얽힌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영화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대중에 공개하는 일종의 ‘영화 박물관’이다. 예술영화 상영은 물론 비평회와 영화 강좌 등도 열려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마 키즈’에겐 더없이 소중한 문화공간이었다. 부산에서도 ‘시네마테크 1/24’과 ‘시네마테크 부산’ 등이 멀티플렉스 상영관 보급 전까지 활발히 운영되며,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다양한 시민이 영화를 매개로 만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했다.
최근 그 감성을 다시 일깨우는 공간이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부산 강서구 대저동)이다. 강서열린문화센터 2·3층에 자리 잡은 이 센터는 동서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서부산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조성된 서부산권 최초의 영화·영상 복합문화시설이다(국제신문 지난해 12월 17일 자 2면 등 보도). (재)영화의전당이 부산시로부터 위탁받아 3년간 운영을 맡는다.
초대 센터장은 영화의전당 이승진 영화예술본부장이 맡았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영화의전당 영화기획팀·시네마테크팀·영화창의도시팀 등을 거쳐 2021년부터 영화예술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최근 이 본부장을 만나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 방향과 목표에 관해 들었다.
“저희 센터의 핵심 기능은 ‘상영’과 ‘교육’입니다. 기존의 영상미디어센터가 시민 미디어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면 저희는 극장의 기능을 최우선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간 서부산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연기 교실’이나 ‘초단편 영화 만들기’처럼 영화를 매개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영화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센터는 상영관·1인미디어실·스튜디오·강의실·편집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중 핵심 시설은 단연 85석 규모의 상영관 ‘모두극장’으로, 모퉁이극장이나 무사이극장처럼 다양한 예술독립영화를 상영한다. 교육 프로그램 역시 영상 편집이나 미디어 리터러시 같은 기존의 미디어 교육을 넘어, 영화적 시선을 담은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고 있다. 연령과 관심사에 맞는 다채로운 체험형 강좌도 열릴 예정이다.
이 센터장은 현재로선 무엇보다 센터의 정체성을 시민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극장의 역할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상미디어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혼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영문명으로 ‘시네마 센터(Cinema Center)’를 사용하고 개관 행사도 영화제를 중심으로 기획하는 등 이 공간이 ‘영화를 중심에 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입소문을 타고 지난달 2600여 명이 다녀갔고, 부산뿐 아니라 창원과 김해에서도 관람객이 찾아왔습니다.”
이 센터장은 또 하나의 중요한 방향성으로 지역 영화인 및 시네클럽과의 연대를 꼽았다. 그간 부산에는 다양한 시네 클럽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서로 네트워크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센터는 지역 영화인들과 협업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부산로컬시네마클럽: 부산-독립-영화’ 기획전 역시 부산독립영화협회와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그 시절 시네마테크처럼 이곳이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이들이 만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영화 동호회 등과 함께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민간에서 시작한 ‘부산다큐필름페스티벌’도 올해는 공동 개최를 논의 중이며, 무사이극장과 모퉁이극장 같은 지역 독립영화관과의 협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장은 끝으로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OTT가 부상하고 멀티플렉스 극장이 문을 닫는 것을 보며 극장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독립영화관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관객을 회복하고 있더군요. 관객은 여전히 ‘함께 보는 경험’을 원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됐죠.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는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이들이 만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상영과 교육,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공간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