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부산 문화가 업그레이드 된다. 시민의 문화 수준을 높여줄 다양한 공간이 문을 열고, 전국에서 주목받는 예술 축제도 부산에서 펼쳐진다. 올해 부산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공간과 행사를 찾아 소개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들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 서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홀
- 10일부터 두 달간 개관 축제
- 부산경남 예술가 중심 무대로
- 지역에서 관록 쌓은 문화행정가
- 로컬·제작에 방점 둔 극장 운영
- 신뢰도 높은 프로그램 안착 목표
- “예술단체 연습 기회 늘리는 등
- 연주자 역량 키우며 함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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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산 첫 클래식 전용홀 낙동아트센터를 이끄는 송필석 센터장이 운영 방향과 주요 프로그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
“낙동아트센터는 지역 예술 생태계를 키우는 씨앗을 뿌리는 공간이 될 겁니다. 그간 지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을 지역 예술인의 산실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서부산권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 ‘낙동아트센터’(부산 강서구 명지동)가 오는 10일 문을 연다. 그간 문화 불모지로 여겨진 서부산에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할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하는 것이다. 센터는 개관 당일부터 두 달여간 열리는 대규모 개관 페스티벌로 시민을 맞이한다.(국제신문 지난해 12월 31일 자 3면 보도) 최근 낙동아트센터 송필석 센터장을 만나 개관 준비 상황과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금은 전 직원이 개관 페스티벌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역 예술가들이 주역이 되는 이번 축제는 ‘지역’과 ‘제작’이라는 낙동아트센터의 정체성과 운영 방향을 부산 시민에게 알리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송 센터장은 1987년 부산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문화예술과와 부산문화회관, 을숙도문화회관 등에서 근무하며 입지를 다진 문화예술 행정 전문가다. 특히 2008년 을숙도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2018년 퇴임할 때까지 공연기획계장, 무대예술계장, 관장을 역임하며 열악했던 회관의 공연 수준과 기획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낙동아트센터의 운영 핵심 가치로 ‘지역’을 내세운 이유는 공직 시절부터 느낀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는 지역 문예회관이 실적을 쌓기 위해 유명 예술인 초청에 치중하면서 지역 예술인들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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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들어선 낙동아트센터 전경. 김성효 선임기자 |
“지역 예술인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해야 할 문화예술회관조차 그들을 외면하다 보니, 무대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거나 결국에는 예술을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객석을 채우는 일 못지않게 지역 예술인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낙동아트센터만큼은 그들에게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개관 페스티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축제의 슬로건은 ‘From the river for the world’로, 낙동강에서 출발한 지역 예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축제 기간에는 20개의 공연을 선보이는데, 해외 예술단체의 공연은 2편뿐이며 나머지 18편은 모두 지역 예술가가 주역을 맡는다. 유명 예술단체의 공연으로 개관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다른 공연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개관 당일에는 부산대 정수란 교수가 작곡한 창작 교향곡 ‘낙동강 팡파레’와 말러의 교향곡 제8번 ‘천인교향곡’이 연주된다. 특히 천인교향곡은 부산·경남 예술인 330명이 참여하는 전례 없는 대규모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이 외에도 부산시낭송협회의 시 낭송 콘서트와 지역 마술단체 그루잠프로덕션의 공연, 부산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연출하고 지역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리어왕’, 낙동아트센터가 직접 창작·제작한 오페라 ‘아이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어지며, 피날레는 영국 아카펠라 그룹 ‘킹즈 싱어즈’와 독일 ‘쾰른 방송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장식한다.
“부산콘서트홀이 세계적인 공연을 올리는 공연장이라면 낙동아트센터는 일상속에서 지역 예술인을 만나는 공간이 될 겁니다. 대공연장(콘서트홀)은 협력 단체인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BSO)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소공연장(앙상블극장)은 연극 무용 독주회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 서부산 시민의 문화 갈증을 풀어줄 계획입니다.”
송 센터장이 그리는 낙동아트센터의 미래는 언제든 찾아와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365일 공연장’이다. 올해는 공연장 가동률을 약 60%까지 끌어올리고 최종적으로 8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에만 100회 이상의 기획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이중 70% 이상은 지역 예술인의 무대로 구성된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BSO 중심의 ‘클래식 시리즈’, 커피와 함께 다양한 장르 공연을 즐기는 ‘마티네 콘서트’가 있다. 7월에는 부산·경남 민간 오케스트라 8개 팀이 참여하는 ‘민간 교향악 페스티벌’도 예정돼 있다.
숙제는 기획 공연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지역 예술인을 중심으로 한 무대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공연장의 인지도와 위상을 쌓아야 하는 개관 초반인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 센터장은 적절한 연습 환경과 지원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수준 높은 공연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현재 지역 예술단체는 공간과 예산 등의 문제로 개별적으로 연습한 뒤 2, 3회 짧은 리허설만 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단원들로 구성됐다 하더라도 높은 완성도의 공연을 선보이기 어렵죠. 낙동아트센터 기획 공연은 최소 5회 이상 단체 연습을 원칙으로 하고, 연습 횟수에 따라 출연료를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송 센터장은 부산 시민과 지역 예술계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동안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며 부산에도 뛰어난 예술인이 많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물론 더디고 어려운 길이지만 이들과 함께 꾸준히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시민도 출연진의 이름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연장을 찾게 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