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부산 커넥티드’ 최종 팀 확정

사라지는 풍경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작품으로 기록하는 두 명의 작가가 있다. 부산 다대포와 을숙도의 변화하는 풍경을 다양한 매체로 담아온 유영(38) 작가와 여수의 섬 장도의 풍경과 그곳에 버려진 굴껍데기(석화)를 작품화한 김용원(34) 작가. 닮은 듯 다른 두 작가가 부산의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에서 만나 ‘루미네아’(Luminea)란 팀을 꾸리고 더욱 확장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의 풍경과 서사에 관심을 둔 젊은 작가를 발굴했다는 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소멸한 풍경의 기억, 틈에서 피어나는 빛’. 작가 제공

재능 있는 청년 작가를 소개하는 제2회 ‘신진작가 아트쇼, 부산 커넥티드’의 최종 팀으로 루미네아가 선정됐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아트미츠라이프가 주관한 ‘부산 커넥티드’는 부산에 기반을 둔 청년 작가가 팀을 이뤄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로, 10개 팀(20명)이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부산근현대역사관 금고미술관에서 기획전을 진행했다. 또 전문가와 컬렉터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최종 1개 팀을 선정해 서울에서 열리는 ‘2026 더 프리뷰 아트페어’ 솔로 부스 참가 혜택을 준다(국제신문 지난달 12일 자 13면 보도)

부산 커넥티드 최종 팀으로 선정된 루미네아의 김용원(왼쪽), 유영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 제공

최근 금고미술관에서 만난 두 작가는 “소멸하는 풍경을 다룬 작품이다 보니 시장에서의 반응, 작품의 확장성 등이 고민됐는데 최종 팀에 선정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용원 작가는 홍익대와 성균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소화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사라져가는 풍경의 기록법’을 주제로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영 작가는 중앙대에서 한국화와 사진을 전공하고 서울과 부산 등에서 다양한 그룹전과 개인전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을숙도와 다대포의 사라지는 풍경에 집중한 작업을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고 있다.

두 작가가 함께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영 작가는 “10년 전 김용원 작가의 작품을 봤는데, 주제 의식이나 작업 소재 등에서 울림을 느끼는 동시에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서로의 작업 활동을 응원하던 차에 이번 전시 공고를 보고 김 작가가 떠올라 연락했다”고 소개했다.

‘빛’을 의미하는 ‘lumen’과 ‘숨결·생명’을 뜻하는 ‘anima’의 합성어를 팀명으로 정한 두 사람은 을숙도와 가덕도의 소멸하는 풍경을 빛과 영상 설치 조각 등으로 표현한 ‘소멸한 풍경의 기억, 틈에서 피어나는 빛’을 선보였다. 부산 다대포의 바다 얼음 조각을 통해 시간이 녹아내리는 을숙도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재현하고, 가덕도에 버려진 굴껍데기를 또 다른 오브제로 재탄생시켜 소멸한 것을 새로운 생성의 이미지로 펼쳐 보인다.

두 작가가 부산의 풍경에 주목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유영 작가는 “소멸한 풍경, 소실되는 것이 잊혀지지 않게끔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며 “특히 을숙도 근처에 살면서 철새 도래지가 개발되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든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작가 역시 “국내외 레지던시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로 바뀐 풍경, 자연의 서사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특히 장도에서 만난 옛 양식장의 흔적, 버려진 석화가 쌓여 윤슬처럼 빛나던 장면이 강하게 뇌리에 박혔다”며 “그곳과 비슷한 가덕도의 굴 양식장이 작업 무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에게 ‘전환점’으로 의미를 갖는다. 전시를 위해 팀을 꾸린 두 작가는 단순한 콜라보(협업)가 아닌 컬렉티브(공동의) 팀으로, 공동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예술을 펼치기로 했다. 전시의 취지인 청년 작가를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두 예술가가 협업해 새로운 예술 감각을 깨치고 작업을 확장한 이상적인 모델이 된 셈이다. 김용원 작가는 “처음 만났어도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팀으로 활동해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외지인이지만 지역의 서사를 진정성 있게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유영 작가도 “이번 전시를 통해 부산의 이야기를 더 많은 곳에서 할 수 있게 돼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