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석양처럼, 저기 집들의 반짝이는 불빛처럼, 슬픔도 찬란하다.”(연극 ‘슬픔이 찬란한 이유’ 중)

극단 ‘문화판 모이라’의 연극 ‘슬픔이 찬란한 이유’의 공연 모습. 모이라 제공

극단 ‘문화판 모이라’는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연극 ‘슬픔이 찬란한 이유’를 부산시민회관(동구 범일동)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은 한창 관광지로 개발 중인 경상도 동해안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상가번영회장 충식을 비롯해 가업을 잇기 위해 후계자 수업을 받는 중국집 아들 동엽, 카페 주인 소연, 한때 출가를 꿈꿨던 식당 주인 만향거사 등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특히 작품은 우리네 삶 속 ‘슬픔’에 주목한다. 작중에는 불의의 선박사고로 인한 가족의 죽음, 오랜 연인과의 이별, 인간관계에서 겪는 차별과 외로움 등 다양한 슬픔의 얼굴이 등장한다. 비록 가상의 사건과 배경을 다루고 있지만 관객들은 공연을 통해 일제강점기 정신대 문제나 세월호 참사 등 현실 속 익숙한 상처를 떠올리게 된다.

모이라 김숙경 상임 연출은 “기쁨뿐만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슬픔 역시 인간의 찬란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그 아픔들에 공감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극단 ‘문화판 모이라’의 연극 ‘슬픔이 찬란한 이유’의 공연 모습. 모이라 제공

이 작품은 2021년 ‘제12회 전국창작희곡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지난해 부산문화재단 ‘올해의 포커스 온’에 선정돼 무대에 올랐으며 당시 부산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공연 베스트3’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김 상임 연출은 이에 힘입어 ‘2024 올해의 연극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재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지역예술도약지원’을 받아 마련됐다. 올해 신설된 이 사업은 광역문화재단이 발굴한 지역 예술 작품을 아르코가 후속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 예술인의 성장과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목표로 한다.

김 상임 연출은 “19명의 배우가 참여하는 대규모에 제작비도 상당한 규모여서 재공연은 꿈도 못 꾸던 상황이었는데 다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럽다”며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전국 무대에도 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공연은 목 오후 7시 30분, 금 오후 2시와 7시 30분, 토 오후 2시와 6시, 일 오후 7시 30분 진행되며 인터파크와 예스24 등에서 예매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