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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와 시도] 해외업체 부산 로케 ‘만능 도우미’로…세계 공략한 독립영화사

영화사 ‘손가락’ 이준상 대표

  •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   입력 : 2025-06-12 19:23:2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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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영화계는 투자 줄이는 반면
- 한류 인기에 OTT 국내촬영은↑

- 숙박부터 캐스팅·행정업무까지
- 현지대행 프로덕션 서비스 개척

- 작품참여도 하고 수익성도 높아
- 잠재력 큰 시장…의미있는 도전

지난 1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밀어내고 넷플릭스 TV 시리즈 글로벌 시청률 1위에 오른 미국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 ‘엑스오, 키티: 시즌 2’. 작품에는 한국 시청자에게 익숙한 배경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키티와 친구들이 충남 천안의 한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며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상당 부분 차지했기 때문이다.
영화사 ‘손가락’ 이준상 대표가 지난 6일 부산 남구 대연동 사무실에서 ‘프로덕션 서비스’에 관해 설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K-컬처의 세계적 인기와 함께 최근 한국을 주요 촬영지로 삼는 해외 콘텐츠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프로덕션 서비스’ 수요도 느는 추세다. 이는 제작사가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때 현지 촬영에 필요한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숙박 및 교통 안내 등 코디네이션 업무부터 ▷로케이션 섭외 ▷스태프 구성 ▷배우 캐스팅 ▷행정 허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포함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 ‘버터플라이’ 등 글로벌OTT 작품의 한국 촬영을 전담한 회사 ‘나인테일드폭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과의 협업은 점점 더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부산에서도 프로덕션 서비스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독립영화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사 ‘손가락’(부산 남구 대연동)이 주인공이다.

영화사 손가락 이준상(37) 대표는 2014년 회사를 설립한 뒤 영화 ‘동화’(2017) ‘밴드의 탄생’(2020) 등의 작품을 꾸준히 제작했다. 하지만 지역 독립제작사가 수도권 영화사와 경쟁해 국내 투자배급사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이 대표는 방향을 틀어 서울이 아닌 해외 영화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0년 넘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BAFA)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BAFA를 통해 네트워크를 다져온 이 대표는 해외 영화인들이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제작을 도우며 프로덕션 서비스 시장의 잠재력을 깨달았다.

그는 “국내 제작사의 프로젝트를 부산으로 유치할 경우 스태프나 장비 등 제작에 필요한 요소도 해당 제작사에서 직접 마련하기에 지역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국내 스태프의 작품 참여 기회도 많고 수익성 면에서도 훨씬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간 부산에서 활동하며 개발한 로케이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2년 본격적으로 해외 작품 유치에 나섰다. 특히 그는 대만과 동남아 국가에 주목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고, 해당 지역 영화시장의 전망도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뚜렷했다. 말레이시아 영화 ‘화이트 웨이브스’(2022)를 시작으로 대만 공영방송 하카TV의 드라마 ‘걸즈 윈 시즌2’(2023), 대만 영화 ‘댓 버닝 하우스(2024)’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잇달아 성사됐다. 오는 24일에도 대만 공영방송 타이기TV의 드라마 ‘1987’ 제작진이 국내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부산은 현대적인 도심부터 옛 한국의 풍경 산 바다까지 촬영지로서 뛰어난 잠재력을 품고 있다”며 “하지만 그간 프로덕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가 없어 해외 프로젝트 유치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몇 차례 해외 제작사와 작업하고 나니 최근에는 동남아 제작사를 중심으로 로케이션 서비스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를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4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 지오 월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1회 월드 오디오-비주얼 & 엔터테인먼트 서밋 2025’에 초청받아 참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만난 현지 제작사와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다른 제작사와는 김수로왕과 허황후를 소재로 한 각본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향후 프로덕션 서비스는 국내 영화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다큐멘터리, 광고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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