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하고 토론하는 형태 소설
- 남북관계·세계 판도 등 진단
- 통일 염원 진중한 충언 예상도

장편소설 ‘춘추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춘추는 김춘추(603~661)를 일컫는다. 신라 제29대 임금, 태종무열왕(재위 654~661)이다. 이 독특한 장편소설은 주제 문구를 이렇게 잡았다.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통일을 기획 추진하여 성공한 전략가 춘추공을 오늘 이 시대에 소환하다.” 부제는 ‘21세기 새 한국 책략을 찾아’이다. 이 발상 앞에서 솔직히 무릎을 쳤다.

경북 경주시 서악동에 자리한 무열왕릉. 신라 29대 왕을 지낸 김춘추를 모셨다. 경주시청 홈페이지

김춘추는 백척간두 위기에 만성으로 노출된 신라의 운명을 뒤집어 삼한일통의 주역이 되게 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역사 기록을 참조하면 김춘추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고초를 크게 겪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전면전·국지전·외교전·정보전이 쉼 없이 교차하고 국제 정세는 급변했으며 국내 정치·군사 기반 또한 튼튼하게 다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매몰차게 장기간 펼쳐졌다. 김춘추는 역경을 딛고 끝내 성공했다.

이 소설을 쓴 이경재 변호사가 오늘날 한반도 상황을 놓고, 묻고 배우는 역사 인물로 태종무열왕 김춘추를 택한 건 좋은 발굴이자 공감이 크게 가는 선택이다. 그동안 왜 김춘추 생각을 못 했지 하는 자각이 들 정도다. 이 소설은 이동천 변호사를 비롯해 주로 보수 시각의 엘리트 지식인이 참여하는 모임에서 역사 인물 김춘추를 직접 오늘의 한국으로 모셔 와 묻고 토론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소설 속에 대화·토론·모색·논쟁은 진지하다. 진정으로 나라를 염려하는 우국(憂國) 기풍이 전해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와 세계 판도에 관한 지식·정보·조사·자료 또한 치밀하게 제시한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보수 시각에서 냉정하게 진단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편벽하지 않고 열린 태도로 근거를 갖고 진지하게 논의·제안한다.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풍류를 잃지 않는 흐름도 인상 깊다. 서로 인정하고 토론한다면, 더 나은 한민족 방략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춘추공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탁상머리 이론이오. 이론은 이론 그 자체의 논리를 추구하여 때론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에 도달하지요.” 큰 그림을 가꾸고 갱신하고 현실에서 통하는 실질을 중요한 김춘추는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지금 너희들의 처지를 살펴보라. 신라 강역만도 못한 좁은 국토에서 언제까지 대륙의 중국, 인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균형을 이루며 대등한 국가로 존립이 가능한가 말이다.” “20세기의 특수한 조건에서 대한민국이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누렸지만, 21세기의 새로운 도전 앞에서, 현상 유지 방략으로 나라를 끌고 갈 수 있겠는가.… 목전의 안일을 추구하여 통일 염원을 버리는 건 삼국사의 교훈을 잊는 바와 같다.” 책 말미에 작가가 제시한 동평 플랜 시안(東平 PLAN 試案)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