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정산 기록한 범어사 사진전
- 근현대역사관 기획전 동시 개최
- “비슷한 앵글로 찍힌 과거·현재
- 세월 지나면 더 가치있을 작업
- 기록자로서 역할 충실히 할 것”
‘사진’이 갖는 의미와 역할은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며 중요하다고 꼽을 수 있는 특성은 ‘기록’일 것이다. 필름 위에 실재·사실을 얹은 사진은 그 자체가 역사의 증언자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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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문진우 사진가가 자신이 찍어 온 사진 앞에서 범어사와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두 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문진우는 이 같은 기록매체로서 사진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10년 동안 신문사 사진기자로서 부산 전역을 훑었고, 신문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아시안게임과 조선통신사 등 뜨거운 현장을 발로 뛰었다.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한 겹씩 쌓아 올린 그의 작업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오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열리는 ‘금정산 빛그리메-문진우 사진전’이 그 하나이고, 지난 11일 시작해 8월 11일까지 이어지는 부산근현대역사관 기획전 ‘부산의 기억, 도시 스케치’가 나머지 하나다.
그가 카메라를 든 것은 고교 시절부터다. 사진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사진에 푹 빠진 ‘소년 문진우’는 그의 표현대로 ‘미친 듯이’ 사진을 찍고 다녔다. 졸업 후 사진과 전혀 상관없는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그는 어느 날 부산 지역 일간지 채용 공고를 본 후 ‘필름 값 안 들고 사진 실컷 찍겠다’는 생각에 사진기자가 됐다.
그렇게 기자로서 시대의 목격자가 되었고,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던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기록’에 매달린다.
“부산시에서 발간하는 시보 창간 30주년을 기념해서 과거·현재 비교사진전이 열린 적이 있어요. 당시 부산시에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 부산 풍경 사진 200컷을 저에게 주며 비슷한 앵글로 현재 모습을 촬영해달라는 요청을 해 왔습니다. 그렇게 전시를 했는데 완전 ‘대박’이 난 겁니다. 사실 대단한 회화 작품을 보고도 감동받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감동을 받는데, 와~!. 내가 앞으로 작품 찍는다고 열심히 돌아다녀 봐야 뭔 걸작을 만들겠느냐는 생각도 들고, 기록이라도 제대로 하자 마음먹었죠.”
그렇게 그는 ‘역사 증언자’의 시각에서 부산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부산시민공원으로 바뀌기 전 하야리아 부대, 부산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에서 내려다본 부산 모습 등을 담은 것도 이 시점을 전후해서다. 지금도 매일 눈만 뜨면 셔터를 누른다. 이전엔 그냥 풍경을 찍었다면 지금은 체계적인 기록을 늘 염두에 둔다.
기록 작업과는 또 다른, 창의성이 강조되는 예술로서 사진 작업도 꾸준히 한다. 20년 동안 조선통신사 재현 행렬과 동행하며 조신통신사 모습을 담는 동시에 일본 시모노세키로 떠나는 밤배에서 촬영한 바다만 모아 전시 ‘밤으로의 긴 여행’을 여는 식이다.
이번 범어사 성보박물관 기획전에서는 범어사와 금정산 모습을, 부산근현대역사관 전시에서는 살아있는 옛 부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내 자식도 사진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는데 누가 내 사진 수만 장을 관리를 하겠나. 기증하면 영구 보존도 되고 사료적 가치로 역할도 한다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에 문 작가가 두 기관에 각각 1000여 점이 넘는 사진을 기증한 것이 시작이 됐다.
문 작가는 앞으로도 기록자로서 역할에 충실할 거라고 했다.
“재개발하면서 워낙 많이 없어지니까. 사진에는 있는데 지금은 사라진 동네가 너무 많아요. 사진 작업을 하다 보면 호흡이 긴 작업도 짧은 작업도 있는데, 기록은 긴 호흡입니다. 세월이 지나서 보면 더 가치로워지는 거죠. 그런 게 좋아서 계속 작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