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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51>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

미쳐버린 본격 재즈 애니메이션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3-12-11 18:48:4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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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즈카 신이치의 원작 만화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블루 자이언트’는 한마디로 재즈 버전 ‘슬램덩크’라고 소개할 수 있겠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재즈 음반이 많이 팔리는 재즈 강국이다. 짧게 도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거리, 편의점, 라멘 파는 식당에서도 끊임없이 재즈가 흘러나올 정도로 재즈는 일상과 가까운 음악이었다. 재즈 뮤지션이 주인공인 만화가 11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는 건 아무래도 일본이라서 가능할 것이다.

주인공은 색소폰을 연주하는 18세 소년 ‘다이’다. 인적 없는 곳에서 홀로 색소폰을 연습하며 세계 최고 재즈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전형적인 일본만화 속 열혈청년이다. 같은 나이의 친구들과 ‘JASS’라는 팀을 결성하고 재즈에 몰두한다. 근데 좀 심하게 몰두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자주 비교되는 ‘슬램덩크’만 해도 농구하는 틈틈이 짬을 내 투닥투닥 쌈박질도 하고, 당연하게도 이성교제의 꿈을 품기도 하지만 ‘블루 자이언트’ 속 주인공들은 미친 듯이 재즈에만 몰두한다. 극 중 유일하게 감정 상할 정도로 목소리 높이며 갈등을 겪는 이유도 솔로 연주에 대한 견해 차이일 정도로 ‘본격’ 재즈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4분의 1 분량을 재즈 연주를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그래미상을 받은 일본의 재즈피아니스트 ‘히로미’가 음악감독을 맡아 감상하는 내내 귀가 호강한다.

재즈는 관중보다 무대 위 연주자들이 가장 신명 나게 즐기는 음악이다. 실사 영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연주하는 순간 폭발하는 연주자들의 감정을 자유롭고 멋들어지게 시각화해 잠깐이나마 강렬한 가상 체험을 해보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국내에선 ‘슬램덩크’에 비해 어쩔 수 없이 소수만이 열광할 수밖에 없겠지만 누군가에겐 충분히 인생 애니메이션으로 꼽을 만한 영화다. 얼마 전 마주친 40대 색소폰 연주자는 ‘블루 자이언트’를 보며 3번 울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우는 40대 아재라고 놀리고 싶었지만 같은 연주자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즈에 관심이 있건 없건 한 번쯤 체험해 볼 만한 작품이다. 어쩌면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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