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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계신 곳에 불…무탈하다지만 안부가 이레나 끊겨 걱정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33> 을미년(1595년) 4월 14일~5월 15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11-26 18:43:4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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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궂은비 그치지 않고 해무가 자욱
- 탐후선 엿새나 지나도 오지 않아
- 어머니 소식 알 수 없어 속 태워

- 바닷물 소금으로 구워 쇳물 부어
- 가마솥 만들어 군자금 해결 애써

4월14일[5월22일]

잠깐 비가 왔다. 아침에 새 흥양현감(홍유의)이 교서에 숙배례를 올렸다.

4월15일[5월23일] 흐림.

여러 가지 장계와 단오절의 진상품을 봉해 올렸다.

* 명절마다 임금에게 각종 진상품을 올리는 것은 지방에 근무하는 문무 관원들의 가장 주요한 책무 중 하나다.
충남 아산 현충사 경내의 ‘정려’. 조선 시대 충신·효자·열녀에게 임금이 내린 현판을 마을 입구에 걸어둔 곳이 정려이다. 이번 회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순신 장군의 효심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곳곳에 나온다.
4월16일[5월24일]

종일 큰비가 왔다. 물이 흡족하니 올해 농사는 큰 풍년임을 점칠 수 있다.

4월17일[5월25일]

날은 맑은데 동북풍이 세게 불었다. 식후에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보았다. 세 조방장과 활 15순을 쏘았다. 경상수사 배설이 왔다가 해평장(통영시 봉평동 해평마을로 추정)의 논밭 일구는 곳으로 갔다. 미조항첨사도 와서 활을 쏘고 갔다.

4월18일[5월26일] 맑음.

식후에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보았다. 우수사(이억기), 경상수사 배설, 가리포첨사(이응표), 미조항첨사(성윤문), 웅천현감(이운룡), 사도첨사(김완), 이의득 (경상우후), 발포만호(황정록) 등 삼도의 장수가 모두 모여 활을 쏘았다. 권준, 신호 두 조방장도 함께 모였다.

4월19일[5월27일] 맑음.

조방장 박종남이 적을 수색·토벌하러 배를 타고 나갔다.

4월20일[5월28일] 맑음.

늦게 우수사에게로 가서 조용히 이야기하고 돌아왔다. 이영남이 장계의 회답을 가지고 내려왔는데, 남해현령(기효근)을 효시하라는 것이었다.

4월21일[5월29일]

날은 맑았으나 바람이 크게 불었다. 대청에 나갔다. 활 10순을 쏘았다.

4월22일[5월30일] 맑음.

오후에 미조항첨사와 웅천현감 이운룡, 적량만호 고여우, 영등포만호 조계종과 두 조방장이 같이 왔다. 그래서 정사준이 보낸 술과 고기를 함께 먹었다. 그때 “남해현령(기효근)이 군령을 어기었으니 효시하라”는 공문을 보았다.

4월23일[5월31일] 맑음.

남풍이 크게 불어 배를 운행할 수 없었다. 수루에 앉아 공무를 보았다.

4월24일[6월1일] 맑음.

이른 아침에 아들 울과 조카 뇌, 완을 어머니 생신(5월 4일임)에 상차려 드릴 일로 내어보냈다. 정오에 강천석이 달려와서 보고하기를, 도망한 왜놈들 중 망기시로는 우거진 수풀 속에 엎드려 있다가 잡혀 왔고, 다른 한 놈은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 곧 잡은 놈을 압송해 오게 하고, 삼도에 나누어 맡긴 항복한 왜놈들도 모두 불러 모아 즉시 머리를 베라고 명하였다. 망기시로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빛이 없이 사형장에 나왔다 하니 참으로 모진 놈이었다.

4월25일[6월2일]

맑고 바람도 없다. 구화역 역졸 득복이 경상우후(이의득)의 긴급 보고를 가지고 왔는데, 왜적의 대선 중선 소선 아울러 50여 척이 웅천에서 나와 진해로 향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오수 등을 보내 정탐하도록 했다. 흥양현감이 와서 만났다. 사량만호 이여념이 고하고 돌아갔다. 아들 회와 조카 해가 들어왔는데,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는 말을 들으니 다행이다.

4월26일[6월3일] 맑음.

새벽에 우수사가 조방장 신호와 함께 자기 소속의 배 20여 척을 거느리고 적을 수색·토벌하러 나갔다. 늦게 동지 권준, 흥양현감, 사도첨사, 여도만호와 함께 활 20순을 쏘았다.

4월27일[6월4일]

날이 맑고 바람도 없었다. 몸이 불편했다. 동지 권준, 미조항첨사, 영등포만호가 와서 같이 활 10순을 쏘았다. 밤 12시께 우수사가 진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데도 적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4월28일[6월5일] 맑음.

식후에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봤다. 우수사와 경상수사가 와서 활을 쏘았다. 송덕일이 하동현감을 잡아 왔다.

4월29일[6월6일]

밤 2시쯤에 비가 오더니, 아침 6시쯤에 말끔히 개었다. 해남현감과 공·사례를 마친 뒤에, 하동현감에게는 두 번이나 기일을 어긴 죄로 곤장 90대를 때렸고, 해남현감에게는 곤장 10대를 때렸다. 미조항첨사는 고하고 휴가를 갔다. 세 조방장과 같이 이야기했다. 노윤발이 미역 99동을 따가지고 왔다.

4월30일[6월7일] 맑음.

활 10순을 쏘았다.



▶을미년(1595년) 5월

활 쏘고, 어머니 걱정하고,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장수들 만나 군사 의논 하는 등 이달의 한산도 생활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하게 눈에 띄는 것은 소금 구워 군자금 해결하려고 쇳물 부어 가마솥을 여러 개 만든 것이다. 제 힘으로 살아가려 하는 그의 품성은 이 달의 일기에도 잘 나타난다. 다만 어머니 사는 고음내 마을에서 불이 나 많은 걱정을 했으나 어머니는 무사했다. 오랜 친구 선거이가 새 충청수사가 되어 이순신을 도운다.

5월1일[6월8일]

바람이 크게 불고 비가 왔다.

5월2일[6월9일]

날은 맑은데 아침에 바람이 몹시 사납게 불었다. 웅천현감과 거제현령, 영등포만호, 옥포만호가 와서 만났다. 밤 10시쯤 탐후선이 들어왔다. 어머니께서는 편안하시다 하고 새 종사관(유공진)이 벌써 본영(여수)에 도착했다고 한다.

5월3일[6월10일] 맑음.

활 15순을 쏘았다. 해남현감이 와서 봤다. 금갑도만호가 진에 도착했다.

5월4일[6월11일] 맑음.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다. 몸소 나아가 잔을 올리지 못하고 홀로 멀리 바다에 나와 있으니, 이 회포를 어찌 다 말하랴! 저녁 나절에 활 15순을 쏘았다. 해남현감이 고하고 돌아갔다. 아들의 편지를 보니, 요동의 왕작덕(王爵德)이란 자가 고려 왕씨의 후예라며 군사를 일으키고자 한다 하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5월5일[6월12일]

비가 오다가 오후 6시쯤에 잠깐 개었다. 활 3순을 쏘았다. 우수사와 경상수사, 그리고 여러 장수들이 모두 모였다. 오후 5시에 종사관 유공진이 들어왔다. 이충일 최대성 신경황도 같이 도착했다. 몸이 춥고 불편해 앓다가 토하고 나서 잤다.

5월6일[6월13일]

맑으며 바람도 없다. 아침에 새 종사관(유공진)이 교서에 숙배한 뒤에 공·사례를 마치고 함께 이야기하였다. 늦게 활 20순을 쏘았다.

5월7일[6월14일] 맑음.

아침에 종사관과 우후(이몽구)와 함께 이야기했다.

5월8일[6월15일]

흐리되 비는 오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한 뒤에 배를 띄워 삼도(3도의 수군장수들)가 같이 선인암(仙人巖)으로 가서 이야기하고 구경도 하며, 또 활도 쏘았다. 오늘 방답첨사(장린)가 들어와 아들들의 편지를 가지고 왔는데, 초나흘에 종 춘세가 잘못 불을 내어 집 십여 채가 연소되었으나 어머니가 계신 집에는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만은 다행한 일이다. 어둡기 전에 배를 돌려 진으로 돌아왔다. 종사관과 우후는 과거급제 동기생들의 모임이 있다고 늦게 왔다.

☆☆선인암 : 한산도 내 두억리 문어개 북쪽에 있는 큰 바위. 포구로 나가 큰 행사를 치른 후 혹은 장수들이 회합하여 놀 때 자주 가던 곳이다.

5월9일[6월16일] 맑음.

아침에 식사를 한 뒤에 종사관이 본영으로 돌아갔다. 우후도 같이 갔다. 활 20순을 쏘았다.

5월10일[6월17일] 맑음.

활 20순을 쏘았는데 많이 적중했다. 종사관 등이 본영(여수)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5월11일[6월18일]

늦게 비가 뿌렸다. 두치와 남원 순창 옥과 등의 군량, 합하여 68섬을 실어 왔다.

5월12일[6월19일]

궂은비가 그치지 않더니 저녁에야 잠깐 멎었다. 대청에 나가 공무를 봤다. 동지 권준과 조방장 신호가 함께 왔다.

5월13일[6월20일]

비가 퍼붓듯이 오는데 종일 그치지 않았다. 대청 가운데 홀로 앉아 있으니 온갖 회포가 끝이 없다. 배영수(우수사의 군관)를 불러 거문고를 타게 했다. 또 세 조방장을 청하여 같이 이야기했다. 하루 걸러 오던 탐후선이 엿새나 지나도 오지 않으니 어머니 안부를 알 수가 없다. 답답하고 속이 타고 무척 걱정이 된다.

5월14일[6월21일]

궂은비가 그치지 않고 종일토록 내렸다. 아침에 식사를 한 뒤에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봤다. 사도첨사가 와서 보고하는데, 흥양현감이 받아 간 전선이 암초에 걸려 뒤집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대장(代將) 최벽과 십호선(十船將)선장과 도훈도(都訓導)를 잡아다가 곤장을 쳤다. 동지 권준이 왔다.

5월15일[6월22일]

궂은비가 그치지 않고 해무가 자욱하게 덮이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 새벽 꿈이 너무 산란하고 어머니 소식을 들은지 이레나 되니 몹시 속이 타고 걱정이 된다. 또 조카 해가 잘 갔는지도 궁금하다. 아침식사를 한 뒤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광양의 김두검은 순천과 광양의 두 원에게서 이중으로 월급(朔料)을 받은 것 때문에 그 벌로서 수군으로 배치되어 온 자인데, 복병하는 곳으로 갈 때 칼도 안 차고 또 활도 안 차고서 무척 오만을 떨고 규율은 지키지 않았다기에 곤장 70대를 쳤다. 저녁에 우수사가 술을 가지고 와서 함께 마시고는 몹시 취하여 돌아갔다.

※ 4일 발생한 어머니 사는 곳의 화재소식을 8일에 들었는데, 탐후선은 제때 와서 소식을 전해주지 않으니 어머니 안부가 한층 더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어제는 조카 해까지 보내 어머니 소식을 알아오라 했던 것이다. 그러고 있는데 오늘따라 꿈자리조차 사나왔으니 그 심중이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어머니는 이순신에게 하늘이었다(天只).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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