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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길복순’의 전도연

“나이 50에 액션 도전…계속 소모되는 배우로 남고 싶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4-18 19:32:3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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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 수상 후 진지한 작품만 출연
- 새로운 캐릭터 목말랐던 그 때
- 매력적인 ‘싱글맘 킬러’역 만나

- 변성현 감독, 등 근육까지 원해
- 식단관리하며 사격·검술 익혀
- 설경구·구교환 액션 합 맞추려
- 한 달 동안 한 신 공들여 찍기도

- “마음만큼 쉽진 않았던 격투신
- 길복순2? 아휴 절대 안 해요”

2007년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의 여왕’이자 완벽주의 배우로 명품 연기를 펼치던 전도연이 달라졌다. 지난달 5일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10대 딸(실제로는 조카)을 키우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 역으로 ‘원조 로코퀸’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지난달 31일 공개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는 처음으로 강력한 액션 연기에 도전해 ‘액션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다. ‘길복순’은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식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도연은 싱글맘 킬러 길복순을 연기했다. 무엇보다 ‘일타 스캔들’은 17%라는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길복순’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해 흥행성 있는 배우임을 증명해 팬들뿐만 아니라 전도연 자신도 즐거워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특유의 코를 찡긋하며 웃는 웃음으로 주변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좀 잘될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지쳐 있을 법도 한데 앞으로 좀 더 힘내서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시간인 것 같다”며 드라마와 영화가 함께 흥행에 성공한 것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밀양’ 이후 ‘하녀’, ‘무뢰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작품성이 높은 영화들에 출연하며 ‘전도연’하면 조금 진지하거나 무거운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일타 스캔들’과 ‘길복순’을 통해 더 친근하고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배우로 이미지를 새롭게 했다.

전도연은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선택이 저한테는 많지 않았는데, ‘일타 스캔들’도 그렇고 ‘길복순’도 그렇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어떤 새로운 캐릭터들을 보이면서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더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어떤 작품들이 저한테 들어올지 좀 기대가 된다”며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길 희망했다. 그리고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킬러라는 인물을 맡아 본격적인 액션에 처음 도전한 영화이자 오랜만에 흥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길복순’에 대해 전도연은 다양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길복순’이 되기까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킬러와 엄마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이어가는 길복순 역을 맡은 전도연. 처음으로 본격적인 액션을 펼치며 이미지 변신 및 흥행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제공
‘밀양’ 이후 10여 년간 제안이 들어오는 작품들이 무겁거나 진지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어서 스스로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전도연의 선택은 재기발랄한 젊은 감독들과 작업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도연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며 우상처럼 여겼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은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처음 변 감독님을 만난 것은 영화 ‘생일’을 촬영할 때였다. 설경구 씨가 변 감독을 촬영장에 초대해서 함께 식사했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하고 싶어서 젊은 감독들을 만나 저 스스로 어필하고 싶었는데, 그때 변 감독님을 다시 만났다.” 당시 전도연에게는 괜찮은 소재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변 감독은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작업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변 감독은 배우 전도연과 엄마 전도연 사이의 간극을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 한 편을 전도연에게 건넸다. “제가 일할 때의 모습과 그냥 집 안에서 엄마로 있을 때의 개인적인 모습 속에 드러나는 차이를 변 감독님은 흥미롭게 느끼셨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좀 녹여내면 어떨까 생각해서 쓰신 거였는데,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기다렸던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길복순’의 시나리오를 받은 전도연에게 부담감이 엄습했다. 생각보다 너무 액션이 많았기 때문이다. “액션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기에 ‘이거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니까 변 감독님이 ‘꼭 해내셔야 된다’며 ‘액션 연습하고, 몸도 좀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촬영 4개월 전부터 하루 4시간 이상씩 액션 연습과 몸만들기를 했다. “변 감독님이 ‘등 근육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실은 자신도 만들어달라고 해놓고는 진짜 만들지는 몰랐나 보다.” 넉 달간 술을 끊어가며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힘들게 만든 전도연의 멋진 등 근육은 ‘길복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근육뿐만 아니라 액션을 준비하는 것은 더 힘들었다. 길복순은 최고의 킬러이기 때문에 사격 검술 무술에서도 모두 최고여야 했다. “맨손으로 싸우는 것도 있고, 칼도 써야 하고, 도끼도 써야 하고, 총도 써야 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 쉽지는 않았다. 제가 액션에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액션 합을 외우는 것도 더딘 편이었다. 그래서 연습 영상을 보면서 연습 이후에도 혼자서 외우고, 외우고, 또 외웠다.”

■액션, 액션, 액션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전형적인 킬러 액션 영화를 보여주는 ‘길복순’에는 처음과 중반, 그리고 후반에 걸쳐 세 개의 큰 액션 시퀀스가 우리를 반긴다. 가장 먼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마중 나오는 액션은 등장인물부터 깜짝 놀라게 한다. 바로 황정민이 한국인 일본 야쿠자로 출연해 전도연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일본인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입국이 여의치 않아 황정민으로 바뀐 사연이 숨어 있다.

“사실 황정민 씨는 ‘수리남’을 찍고 들어와서 바로 촬영했기 때문에 연습도 많이 못 했다. 그래서 제가 좀 리드하면서 찍을 줄 알았는데 연습 한 번과 리허설을 하시더니 바로 합을 맞추더라. 오히려 황정민 씨가 ‘도연아 이만하면 충분해, 이만하면 됐어’라고 했는데 제가 마음처럼 몸이 안 따라줘서 ‘한 번만 더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황정민은 특별출연이었지만 오프닝에서 장면이 꽤 길고, 액션도 강렬해서 ‘길복순’의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두 번째 액션 시퀀스는 상가 식당에서 전도연과 후배 킬러 이연, 그리고 구교환을 비롯한 다수의 킬러가 벌이는 2대 다수의 사투 장면이다. 많은 배우가 등장하고, 다양한 소품을 이용한 액션이기 때문에 거의 한 달가량 공들여 촬영한 장면이다. “배우들이 많고, 이들이 액션 전문 배우들이 아니니까 다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면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럼에도 자잘한 부상들이 너무 많았고, 촬영을 하고 ‘컷’ 소리가 나면 ‘미안해요, 괜찮아요. 죄송해요. 괜찮아요. 저 진짜 괜찮아요’라는 말이 이어졌다.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그런 것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액션은 킬러 회사의 대표인 설경구와 벌이는 일 대 일 결투 장면이다. 바둑을 둘 때 몇 수 앞을 예측하듯 전도연은 몇 수 액션을 미리 상상하는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되는데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합의 액션을 설경구와 반복해야 했다. “상상 액션에서 길복순이 죽는 장면을 계속 찍는데, 일주일 넘게 몇 번을 반복해서 촬영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컷을 나누지 않고 원 신 원 컷으로 촬영을 했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액션은 계속 반복됐고, 결국 전도연은 무념무상의 상태로 액션 장면을 마쳤다. 영화는 2편을 기대하게 만들며 끝나는데, 이에 대해 전도연의 대답은 명료했다. “2편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길복순’을 찍고 액션 영화는 이제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다시 액션을 하고 싶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선 전도연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저도 제 안에 어떤 면이 있고, 앞으로 어떤 작품이 들어와서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는 모른다. 예를 들어 ‘일타 스캔들’이나 ‘길복순’도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끌어내 준 작품이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소모’다. “배우는 어쨌든 이미지적으로 소모를 당하는 직업이다. 제가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미지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되게 다양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배우로서 계속 이미지를 소모 당하고 싶다.”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소모되길 바라는 전도연은 자신을 쓸모 있게 소모해 줄 창작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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