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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4> 부산 바닷가 산상에서 발견된 돌도끼와 숫돌

신석기 제사용 토기에 담긴 해양진출의 역사

  • 김은영 부산박물관 학예연구관
  •  |   입력 : 2022-12-26 19:22:0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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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동리산에서 신석기시대 제사 유물이 출토돼 화제가 되었다(국제신문 지난 11월 22일 자 18면 보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 신석기시대 집단 무덤 장항유적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앞의 동리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낼 때 썼던 붉은칠토기와 흑요석이 발견돼 7000년 전 무렵 신석기시대 장묘 문화를 구체적으로 밝힐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부산 다대포 봉화산유적, 남구 용호동유적, 범방동 세산유적 출토 돌도끼와 숫돌.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박물관 수장고에는 동리산유적 조사 성과로 다시 주목받게 된 유물이 있다. 기장 효암리 봉태산의 아이봉수대, 남구 신선대 인근 용호동유적, 사하구 다대포 봉화산유적, 강서구 범방동 세산유적 등 산상유적(山上遺蹟)에서 발견된 돌도끼와 숫돌이다. 이 중 용호동유적과 봉화산유적의 유물은 1970~1980년대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시민이 발견하여 신고함으로써 박물관 수장고로 들어올 수 있었다.

돌도끼는 이암 또는 편마암 석재를 이용하여 납작하게 다듬고 날 부분을 갈아서 만들었다. 숫돌은 사암을 이용해 만들었으며 단면이 8각형 또는 원형인 막대 모양이다. 크기는 다양하지만 제작기법과 형태가 통일돼 있어, 그 시기가 동리산유적과 같은 7000년 전 무렵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7000년 전 무렵은 빙하기에 속한 구석기시대를 지나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이후 가장 따뜻해 해수면이 높았던 때였고, 뾰족밑의 빗살무늬토기보다 더 이른 시기의 덧무늬토기(융기문토기)가 유행했다. 덧무늬토기를 만들던 사람들은 해안 지형과 식생 안정화를 바탕으로 바다 자원을 활발히 이용했으며 일본 규슈 지역에서 나는 흑요석을 구하고자 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흑요석은 날카롭게 깨지는 성질이 있어 당시에는 첨단 이기(利器)였는데, 덧무늬토기 시기는 신석기시대를 통틀어 흑요석을 가장 많이 수입한 때이다. 규슈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쓰시마의 고시타카에서는 덧무늬토기 사람들이 건너가 살았던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돌도끼와 숫돌이 발견된 산상유적은 모두 바다가 잘 조망되는 곳에 있다. 기장 봉태산과 다대포 봉화산에는 조선 시대 아이봉수대와 응봉봉수대가 있었을 정도로 해안과의 거리와 가시범위가 탁월했다. 남구 용호동은 산의 정상은 아니지만 조도 오륙도 흑석도 등 바다 경관을 볼 수 있는 신선대와 이어진 곳이며, 범방동의 세산은 신석기시대에 일대서 유일한 섬으로 주변 바다가 조망되는 랜드마크였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산에서 발견된 돌도끼와 숫돌은 바다를 생업 터전으로 삼고 흑요석을 구하려고 바다를 건넌 덧무늬토기 사람들이 풍요와 안전을 염원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해양 진출 역사를 개척한 최초 부산 사람들의 서사(敍事)인 것이다. 무심코 버려질 수 있었지만 시민의 관심과 신고 덕분에 보존된 유물로 밝혀진 부산 역사라 더 흥미롭고 소중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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