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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올빼미’ 유해진

왕이 된 남자, 이만하면 되었느니라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11-29 19:51:3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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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25년만에 첫 임금 역할
- 소현세자 죽음 맞은 광기의 왕
- 기존 캐릭터와 다른 색다른 맛
- 맹인 침술사 경수役 류준열과
- 연기호흡도 영화 재미 더해

- “왕의 옷 곤룡포를 입으니
- 마음가짐도 달라지더라”

1997년 ‘블랙잭’으로 데뷔한 뒤 수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아무래도 코믹한 이미지로 더 친근한 배우 유해진이 데뷔 25년 만에 처음 웃음기를 싹 뺀 임금 역할로 관객과 만난다. 그가 육갑 역으로 출연했던 ‘왕의 남자’(2005) 당시 조감독으로 인연을 맺은 안태진 감독의 데뷔작 ‘올빼미’(개봉 23일)에서 세자의 죽음으로 광기에 휩싸인 왕, 인조를 연기했다.
영화 ‘올빼미’에서 세자의 죽음 후 광기에 휩싸인 왕 인조 역을 맡은 유해진. 그는 연기 인생 처음으로 ‘왕’ 역할에 도전하며 변신을 꾀했다. NEW 제공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 경수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영화로, 조선 왕가의 의문사 중 하나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주맹증을 지닌 침술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가미하여 완성한 영화다.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더욱 광기에 빠지는 인물 인조 역을 유해진이, 역사에 새롭게 가미된 캐릭터 맹인 침술사 역을 류준열이 맡아 역사적 개연성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올빼미’가 탄생했다.

유해진은 “‘올빼미’의 시나리오는 쫄깃하다고 할까? 한 번에 읽히면서 다음 장이 궁금해지는 시나리오였다”며 “왕이 처음이기도 하고, 안 해본 캐릭터라 욕심났다”고 ‘올빼미’ 출연 이유를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유해진을 만나 처음 왕을 연기한 과정과 신선한 소재의 팩션 스릴러 사극 ‘올빼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왕이 된 남자, 유해진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 경수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영화 ‘올빼미’. NEW 제공
왕이 된 유해진은 스크린에서 왕의 의상을 입은 그를 보는 순간 이전의 코믹한 모습은 지워지고, 금세 ‘인조 유해진’으로 각인되는 마법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아마 ‘왕의 남자’의 육갑 역을 맡았던 유해진을 떠올린다면 ‘올빼미’에서 경수의 조력자 역을 하며 간간이 웃음을 주는 만식 역이 적합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 감독은 다른 선택을 했다. 유해진은 안 감독이 ‘올빼미’ 시나리오를 갖고 찾아온 날을 떠올렸다. “저도 사실 좀 의아했다. 안 감독이 처음 찾아왔을 때 ‘왜 나야?’고 물었다. 안 감독이 ‘형이 하면 다른 왕이 나올 것 같아서, 기존 너무 왕 같은 분들은 벗어나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많은 고민 안 했다. 언제 또 왕 역이 들어오겠나 싶어 얼른 하겠다고 했다.(웃음). 저 역시 어떻게 왕을 연기할지 궁금했다.” 안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고, 유해진은 ‘올빼미’에 어울리는 인조를 그려냈다.

덜컥 승낙했지만 처음 왕을 연기해야 했기에 고민이 없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안 감독이 말한 ‘다른 왕의 모습’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터다. “조금 더 특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다. 기존 왕의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심리적인 것을 많이 좇아가려고 했고, 외적으로는 얼굴의 떨림이나 이런 것으로 표현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과거 연극 시절에 연습하던 때를 떠올렸다. “선 굵은 연기나 힘이 필요한 연기를 할 때는 연극하던 때를 떠올리며 ‘(촬영장을) 무대라고 생각하고 연극이다’며 연기한다.”

그리고 ‘올빼미’가 실록을 정통으로 그리는 영화가 아니라 소현세자의 죽음을 모티브로 하룻밤 사건을 그린 영화여서 역사 속 인조보다는 극 중 캐릭터로서 인조를 그리려 했다. “인조를 독립적인 캐릭터로 생각했다. 인조를 연기할 때는 욕망 하나만 보고 갔다.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이 인물을 제가 이해하지 못하면 관객은 더 이해하지 못하니까 내면화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해진만의 인조

그렇다면 ‘올빼미’에서 인조를 연기한 유해진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초반 경수의 이야기가 진행된 지 25분 후에야 그의 모습이 천천히, 그것도 보일 듯 말 듯 한 얇은 막 뒤에서 등장한다. “원래는 짠 하고 단번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좀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았다. 대중이 지닌 저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면 조금 실소도 할 것 같았다. 막을 이용해 천천히 보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멀리 제가 앉아 있으면 막을 향해 카메라가 천천히 들어오는 것인데 그것이 왕 분장을 한 유해진에게 관객이 다가오는 속도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우리는 권력욕에 눈이 먼 나머지 광기에 휩싸인 인조 유해진을 만나게 된다.

‘올빼미’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광기에 빠져 안면신경마비가 온 인조의 얼굴을 표현한 근육 연기다. 유해진은 구안와사로 얼굴 근육이 살짝 떨리거나 한쪽 입이 비뚤어지고, 말할 때 웅얼거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원래 얼굴에 특수분장을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분장을 하면 오히려 연기하는 데 더 제약이 많을 것 같아 분장 없이 그냥 가자고 했다.”

인조 역을 처음 하면서 새롭게 느낀 것도 있다. 무엇보다 의상에서 오는 새로움이 컸다. “그동안 도망 다니고 액션하고 구르고 그랬는데 옷도 입혀주고 편했다. 왕의 옷은 이전과 질도 너무도 다르고, 겹겹이 입는 것도 많았다.(웃음) 곤룡포를 입으니 마음가짐도 달라지더라. 색다른 경험이었다.”

■류준열과 세 번째 만남

“촬영 현장에서 이 친구의 성장을 느꼈다. 제가 옆에서 봤을 때는 굵은 기둥이 돼가고 있다고 느꼈다.” 지난 10일 ‘올빼미’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은 맹인 침술사 경수 역을 맡은 류준열을 칭찬했다.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세 번째 함께 한 선배 배우의 칭찬에 류준열은 뭔가 울컥했던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기둥론에 대해 유해진은 설명을 덧붙였다. “‘봉오동 전투’를 하면서 준열이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올빼미’를 보면서 장애를 가진 주인공 역할이 쉽지는 않은데 그 인물을 연기하면서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마치 기둥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극 중 경수는 안면신경마비를 앓고 있는 인조에게 침을 놓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는데, 두 배우가 전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은 스크린을 통해 느껴봐야 한다.

‘올빼미’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배우도 있다. 바로 소현세자로 분한 김성철이다. 그는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고, 유해진과 함께 붙는 장면도 적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저와 촬영한 장면보다는 저와 안 찍은 부분을 보고 ‘저렇게 대사를 잘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평범한 대사인데 너무 잘 살리더라. 너무 좋은 배우구나 싶었다.”

어느덧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으로 접어드는 요즘, 유해진에게 2022년은 더없이 행복하게 기억된다. 지난 9월에 개봉한 ‘공조2: 인터내셔날’은 7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올빼미’ 또한 주말 관객 수 1위를 차지하며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영화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극장이 다시 활기를 찾는게 좋았다. 팬데믹 이후 여러 매체에 관객을 뺏겼다고 하지만 저는 영화의 힘을 믿는다. 팬데믹 이전의 정말 좋았을 때처럼 회복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계속 새살이 나오면서 회복되지 않을까 믿는다.” 영화를 사랑하는 유해진의 마음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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